아주 소소한 생각이라 잊히기 전에 적어놓는
이번 긴 연휴는, 이상하게도 알차게 보내고 싶지가 않았다.
무계획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가볍게 만들 줄이야.
매년 하던 아빠 제사는, 엄마가 아프면서 더 이상 지내지 못했다.
다시 시작된 그녀와 암세포의 싸움.
그래서인지 요즘 내 신경은 대부분 엄마 쪽에 가 있다.
추석 당일에는 엄마를 픽업해 이모 집에 갔다.
세 자매가 모이자마자 데시벨이 폭발한다.
“그건 이게 맞다니까.”
“아니, 네가 뭘 알아.”
고집스러운 삼인방의 티키타카에 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이게 명절 분위기지 싶었다.
나는 혼자라 그런 걸 직접 느끼진 못하지만,
잠시나마 대리만족.
나머지 연휴엔 드라마를 몰아보고, 혼자 영화관에도 갔다.
온전히 ‘나’를 즐기고 싶었다.
그러다 다니엘 헤니와 염혜란 배우를 보고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다니엘 헤니는 개 ‘뽀삐’ 역할을 맡는다.
그 멋진 사람이 수트를 입고 강아지 연기를 하다니, 처음엔 “왜 저렇게까지?” 싶었다.
그런데 곧 깨달았다.
저 멀쩡한 사람도 저렇게 자신을 내려놓는데,
나는 왜 아직도 계산하며 사는 걸까.
또 <어쩔 수 없다>의 염혜란 배우는, 뱀에 물린 이병헌의 다리를 입으로 독을 빼내는 장면에서
진짜 ‘역할에 산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 위치일 텐데,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래서 더 존경스러웠다.
나는 아직 멀었다.
더 내려놓아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연휴에 시간을 들여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게 되는 사람.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며 웃었다.
3일 연속으로 술을 마시니 체력은 바닥났지만, 마음만은 충전됐다.
다들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일상을 공유하고, 다음을 이야기하며,
또다시 ‘다음’을 약속했다.
매번 느끼지만, 참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이번 연휴의 화두는 이거였다.
“내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런 사람들이 내 곁에 모인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나눌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또 다짐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좋아하는 ‘무해한 사람’,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