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언제 어른이 되는 건데요?
한 달 내내 권역별 회의를 돌고 나니 벌써 마감날이다.
하루가, 일주일이, 그렇게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신입으로 들어와 회의마다 앞에 나가 소개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도 못한 채,
당황스러운 얼굴로 엉뚱한 말을 내뱉었고,
두세 번째쯤엔 한 줄짜리 멘트를 달달 외우고도
떨려서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네 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웃으며 마이크를 잡고
조금은 편안해진 목소리로 말을 할 수 있었다.
역시 모든 건 경험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어른놀이하듯 버티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신기하다.
사실은 이 무서운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앞길이 구만리인데,
나는 아닌 척, 이미 겪어본 척,
책임질 수 있는 척
그렇게 어른 행세를 한다.
엄마 앞에서는 한없이 철없는 애기인데,
또 엄마와 병원에 가면 듬직한 보호자로 변하고,
우리 고양이들 앞에서는 뽀뽀 백만 번을 해도 더 사랑받고 싶어 하는데,
밖에서는 세상 쿨하고 혼자서도 모든 걸 척척 해내는 ‘나’가 있다.
누군가에게 한없이 기대고 싶지만
나는 알아버렸다.
우리 모두가 사실은 애기라는 사실을.
세상이 씌운 역할극 안에
타인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어른이’가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제는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일단 감당부터 해본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리냥(어리광)을 부릴 수 없고
내 나이가 적지 않음을
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럼에도 가끔은
“이 분야는 제가 바본데요…ㅠㅠ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하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싶다.
엉엉 소리 내 울고 싶을 때도 있다.
죽을 때가 되면, 어른이 될까요..
평생 어린아이 하면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