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더 잘할 일만 남았네?^^

by 홍고롱



항암 3년 차에 접어든 엄마는

누구보다 잘 먹었고,

에너자이저가 된 듯 돌아다녔다.


병원에 갈 때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을
몇 번이고 자랑하던 엄마.


이제 정말 다 나았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레
그녀를 ‘환자’로 대하지 않게 됐다.


어떤 날엔 모질게 굴었고,
또 어떤 날엔 “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잖아” 하며
그녀를 다그쳤다.


우리는 그렇게 점점 익숙해져 갔다.
정기검진을 혼자 받으러 가는 것도,
별일 아닌 듯 여기게 될 만큼.





9월의 뜨거운 어느 날,
건강검진 때문에 입원했다던 엄마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재밌게 보내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


늘 하던 이야기라 대수롭지 않게 들었는데,

검진 결과,
1cm 남짓한 암세포가 다시 자라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했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인 척,
떨리는 마음을 숨겼다.


엄마는 열불이 난다며 매운 냉면과
치킨을 시키라고 했다.
“이렇게 조심했는데도 또 생겼는데,
이제 뭐 조심한다고 달라지겠냐”며.

그러더니 다음 날,
또다시 철저한 항암식단을 시작했다.




그리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날,

그녀는 조용히 커밍아웃을 했다.
“뼈까지 전이 돼서 병원을 옮겼다”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말이야, 그게?
왜 이제야 말했어?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수많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보다 더 놀랐을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
문득 울컥하며 말했다.


“괜찮아.
병원 가면 나보다 심한 환자들도 많아.
이제 시작이래.
그럼 치료하면 되지, 뭐.”




먹는 항암약에 내성이 생겨
약을 바꿔야 했다.


1세대 약에서 내성이 생기면
2세대 약으로 가야 하는데,
의사는 또 다른 1세대 약을 처방했다.


결국 검진 후 전이 사실이 밝혀졌고,
항암치료를 권유받았다.


엄마는 항암 부작용을 무서워했다.

이전에 봤던 환우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또 그렇게 이겨내기로 했다.

“어쩌겠어.”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힘들면 좀 쉬고,
기운 차리면 고운 얼굴이 돌아올 거야.”




벌써 항암 3차까지 마쳤다.


몸이 눈에 띄게 쇠약해졌지만,
엄마는 더 악착같이 먹고,
더 열심히 버틴다.


그리고 21일,
옮긴 병원에서 다시 정밀검사를 받는다.




솔직히 말하면,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좋아질 만하면
꼭 이런 천청벽력 같은 일이 생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엔 2차전이니까.

1차전을 멋지게 이겨냈던 경험이 있으니까.

이번엔 더 단단하게 버텨낼 것이다.


예전 생각하면,
지금은 껌이지.


우리는 할 수 있잖아, 엄마?
하나뿐인 나의 귀요미,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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