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모임을 같이 하는 분이 있다.
약 5년째. 그리 길지 않다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매달 만났고 회사에서도 만났다.
4년이라는 시간의 일을 하기 위한 인수인계를 해주셨던 분. 항상 밝으셨고, 힘듦이 있어도 남에게 전달하지 않는 분이셨다.
그렇게 모임을 이어오던 중. 어느날 갑작스럽게 말씀하셨다.
"건강검진 받다가 발견했는데, 정밀검사 해보니까 암이래." 의료기술이 발전한 만큼 병도 발전한다고 했던가. 비교적 예전보다는 암이 많이 발생하고, 그에따라 치료법도 많이 나와서 이겨내시는 분들도 많이 봐왔다.
"심한거래요?"
"3기~4기 사이래" 이 말을 듣는 순간은 마음과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젊은 나이셨고, 아무런 증세도 없이 건강검진에서 발견이 되었기에 초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모임을 같이 하는 분들 모두 순간의 정적. 2년 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그 침묵. 누구도 쉽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던 그 순간. 묵묵히 괜찮다며, 의료기술 좋아졌으니까. 휴직하고 항암치료 계속 할거라고. 괜찮다고.
우리가 해야했던 말들을 오히려 그분이 하고 계셨다. 우리가 위로를 해드려야 하는데, 그분이 우리를 위로하고 있는 상황. 어떤 말들을 해야할까.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있어서, 그 아픔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맞아요. 요즘 이겨내시는 분들도 많아요. 치료법도 좋아져서 아프지도 않고, 나이가 어리면 또 잘 낫는다고 하더라구요" 최대한 상심하지 않게, 피해가 되지 않게,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말을 했다. 그래도 가늠하지 못할 것 같은 그 기분. 어떻게 그분의 상황을 이해할까.
그렇게 2년동안 항암치료를 받으며 잘 이겨내셨다. 살이 많이 빠진다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는 보통의 경우와 봐왔던 상황들과는 다르게 그분은 살이 많이 빠지지도, 머리카락이 빠지지도 않았다. 항암치료는 계속해서 받으며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받을만 하시다는 말을 믿으며 위로해드렸다.
잘 이겨내시는 줄 알았다. 아니, 잘 이겨내고 계셨다. 항암치료때문에 시간이 안맞거나,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모임에 못나오는 시간도 있으셨기에 한달에 한번정도 연락을 하며 지냈다. 항상 연락줘서 고맙다며 모임 총무로 고생한다는 말도 빼먹지 않고 해주셨던.
그런데 최근에 소식을 들었다. 더이상 힘들것 같다고. 항암치료를 그만하자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었다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갈 것 같다고.
드라마에서만 보던, 그저 먼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호스피스 병동에대해 들은게 조금 있다면. 들어가게 되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그래서 급하게 모임인원들이 모이기로 했다.
참.. 아픔이란 무엇일까. 질병을 이겨낼 수 없을까. 얼마 전 친구를 만났을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인간이란 참 연약한 존재같아" 여타의 이유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렇게 또 아픔이란것에서, 질병이란것에서도 느껴지는 이 말.
슬프다. 좋은 사람을, 내 사람을, 얼마 후에 떠나보내야 한다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아픔으로 인해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 사실.
더이상 내 주변의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기를. 떠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들리지 않기를. 오래오래 같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같이 가기를. 지난달에 이어서 다시한번 바라고 바라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