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3일만에 퇴사를 했다"를 어떻게 그럴싸하게 표현해볼까 고민하다가 나온 제목이다.
나는 3일차 직장인에서 다시 작가로 돌아왔다. 몇 년 전 몇 편의 글로 브런치가 인정해줬으니까 난 작가였고, 작가이다. 그리고 작가일 것이다. 마냥 백수인 것만은 아니다.
세상에는 나이 스물이 되기 전에 3일동안 정변을 일으킨 한 사내도 있었지만, 만 29살을 넘기고 3일만에 직장을 때려치고 나오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저께 나의 점심은 분식집 김밥 1줄이었고, 어제 나의 점심은 편의점 김밥 1줄이었다. 그리고 다시 작가가 된 오늘 나의 점심은 집밥, 4일 전에 먹다 남긴 카레였다. 머릿속에 먹는 생각밖에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다른 일은 다 잊고 머릿속에 먹었던 것만 좀 남기고 싶다. 다른 것들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초라해진 처지만큼이나 식사도 초라했지만 차라리 김밥보다는 나았다.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혹시나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직장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닌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질질 끌려다니듯 살았다면, 최근 어느 순간부터는 내 결정에 좀 더 힘을 실어주면서 살아야겠다 싶었다. 옳은 결정보다는 나를 위한 결정을 한 거니까 나는 잘 한거라고 믿는다.
다시 집에서 자소서를 난사해대는 백수로 돌아왔지만 차라리 점심으로 김밥 한 알씩 아껴먹으며 퇴근까지 배고픔에 허덕거리는 직장인으로 사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었다. 다시 집에 있으려니 좀 눈치밥을 먹게 되고, 그래도 눈치 없이 때되면 배가 고프고 그런다. 저녁 늦게 운동을 하러 나와서 직장 상사 뒷담화를 크게 해대며 걷기 운동을 하는 내 또래의 여성 두 분이 굉장히 부러웠다. 그들의 직장 상사 나이뻘인 아저씨가 유튜브로 오디션 프로를 크게 틀어놓고 들으며 산책을 하는 것도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다.
난 언제쯤 직장인의 일상을 살게 될까보다는, 난 언제쯤 남들을 부러워하지 않을만큼 성숙한 사람이 될까가 궁금해진 걸 보니 나도 올해 초보다는 반 뼘쯤은 자란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이런 마음이 오늘 오전에 봤던 AI 면접에서도 측정이 되어야 할텐데. 어리버리한 말솜씨로 좀 망해버린 면접이 생각나서 안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