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한 Nov 17. 2022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좀 어때

며칠 전 봤던 면접은 분명히 못 본 면접이었다. 앉자마자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목소리는 염소 소리마냥 떨리기 시작했고 손은 결국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손등이 벌개지도록 벅벅 긁다못해 쥐어 뜯으며 대답을 하고 나왔다. 그걸 나만 알았을 리 없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면접이 끝나고 나서 한 면접관은 어떤 종이에 대각선으로 선을 부욱 그어버렸다. 어떤 시그널일까. 좋은 시그널일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세상사 뜻대로 되는 일이 잘 없다. SNS나 유튜브에서는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월 억대 수입을 올리는 사람, 직장을 다니면서도 부업으로 연봉을 버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다들 밥벌이도 하고 자아실현도 해가며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뭐 하나 해내기가 이렇게 버거운지. 나도 언젠가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된다면 이렇게 쭈그러져서 살고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요즘 왜 이렇게 움츠러드는 일이 많은 걸까. 아무도 나를 뭐라고 하지 않는데, 심지어 응원해주는 이가 더 많은데 왜 나는 스스로를 학대하고 못마땅해하고 깎아내리고야 마는 걸까.



버티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할 수 있어, 좀 늦었지만 내 길은 어디에든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를 구박하며 살고싶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오늘도 그러고야 말았다. 어제와 오늘이 똑같고 몇 달 전과 지금이 똑같고, 그래서 너무 고민이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상대가 너는 여태까지 잠시 움츠리고 길을 헤매고 있었을 뿐, 꾸준히 뭔갈 하려고 노력하고 실패해도 다시 해보려고 하고 결국에는 최종까지 간 적도 있지 않느냐며 나를 위로해줬다. 그 말에 꾸역꾸역 눈물을 참았다. 내 발버둥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긴 하구나 싶어서.



400개 가까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느낀 게 있다면, 뭐든 진심으로 임할 때 결과가 좋게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어떨 때는 좀비처럼 자소서를 복붙하다가 전혀 엉뚱한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곳저곳 수정해서 제출하곤 한다. 가뭄에 단비 오듯 면접 연락을 받으면 가끔은 자신감도 생긴다.

언젠가는 당당하게 어딘가에 합격해 있을 나를 생각하면, 새벽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낑낑거리는 나의 모습도 꽤 괘찮은 것 같다. 나는 무얼 하든지 버틸 것이기 때문에, 내 길을 찾을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리광을 재우는 감즙과 단감과 대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