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Liszt의 'Mazeppa'
읽으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책은 읽고 나서도 다 읽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최근에 그런 류의 책들이 손에 잡혔던 것 같다. 졸지 않고 읽어도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하긴 힘들고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건 '그래서 뭐 어쩌란거지',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큰 뜻은 없는건가'였다.
리스트의 Mazeppa를 처음 접했을 때 뭔지 모를 것에 이끌려 오만 가지의 감정을 느꼈었다. 그 때랑 비슷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오만 생각을 하느라 책을 잠시 덮고 한참 있다가 다시 읽었던 부분을 반복하고 그랬었다.
세상을 가벼움과 무거움, 뜨거움과 차가움, 선과 악으로 나눠 본다면 인간은 그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까. 좌표 상에서 어느 한 지점을 차지한다 해도 그것이 영원히 회귀하는 시간에서 아주 의미있는 발견은 아닐 것 같다. 토마시와 테레자, 사비나에게서는 오히려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의미 없는 허무함이 느껴진다.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가능성을 안고 있기에, 사랑이란 어쩌면 서로에게 지옥을 선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으며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흥미로웠던건 서술방식이었다. '나'라는 일인칭을 쓰고 있으면서도 전지적 느낌이 드는 방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신은 죽었다'고 말했던 니체를 소설 전반에 깔아놓은 이 작품에서 '전지적'인 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전지적이면서도 일정한 시간의 흐름, 공간의 바뀜 순서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서술하며 인물들의 에피소드와 감정, 생각들을 심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었다. 결국 신은 없었다. 인물의 행동과 말에서 드러나는 모든 은유로 만들어진 내 머릿속의 주인공들만 기억에 남았던 책이다. 다시 한 번 더 읽게 된다면 그 전에 니체의 책을 간단하게라도 읽는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