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을 시작한 지 1달.
여기저기 사이트를 돌며 일자리를 찾았지만 나이 든 3류 작가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조건이 맞으면 가능한 곳은 전부 이력서를 냈다.
나 같은 사람을 '워크넷'에선 중장년이라 따로 구분해 놓았다.
클릭해 들어가면, 경비나 택배등의 일자리 밖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집 근처는 몇 개 되지도 않았다.
대학교 경비자리가 나서 지원하려 보니 자격증이 필요했다.
현타가 오는 순간이었다.
절망적이었다.
나란 인간이 무용지물처럼 느껴졌다.
혹시 자신의 가치를 알고 싶다면, 구직을 해보라 권하고 싶다.
테스형이 이런 말을 했다.
'검증받지 않은 삶은 가치가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사회가 생각하는 나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삶의 가치는 내가 하는 일과 내가 만나는 사람에 있다.
인정받는 일,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 행복이라 생각한다.
동굴에서 혼자 도 닦는 건 수도자나 가능하다.
이런 생활이 적성이라면? 자신이 히키코모리가 아닐까 의심해 봐야 한다.
초라한 자신을 애써 과대평가하지 말라.
그런다고 달라지지도 않는다.
코너에 몰리자 닥치는 대로 지원했다.
이력서를 40개 이상 넣었는데, 딱 두 군데서 연락이 완다.
놀이동산 청소와 접시 닦이였다.
청소는 출근시간이 아침 6시라 어려웠지만,
걸어서라도 가려했다.
'이런 일 해보신 적 있어요?'
'어떤 일인데요?'
'막노동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건물관리인데, 무거운 걸 들고 그러진 않아요.'
'화장실 청소인가요?'
'그건 따로 하시는 분이 계세요. 어깨에 메는 제설송풍기 써 보셨어요?'
'아니요. 아파트 살 때 경비분들이 하시는 걸 본 적은 있어요. 가르쳐 주시면 배우겠습니다.'
'못하실 거 같은데요.'
'할 수 있습니다.'
'면접이라도 보실래요?'
'네.'
그 후 면접 보러 오란 연락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두 번째로 연락 온 레스토랑.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보건증 있으시죠?'
'그게 뭔데요?'
'요즘은 이거 다 있어야 해요.'
'어디서 받는데요?'
접시닦이에 지원했는데, 보건증을 요구했다.
요식업소에서 일할 때 보건증이 필수란 걸 처음 알았다.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서 검사받고 보건증을 받기까지 며칠이 걸린다고 했다.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곳이 무선청소기 하청업체였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50분 정도 걸렸다.
마을버스로 30분, 걸어서 20분.
문제는 마을버스 시간인데, 내가 사는 곳이 외곽에 위치해 있어 배차시간이 길었다.
출근시간에 맞추려면 8시쯤엔 나가야 하는데 버스가 없었다.
가장 가까운 시간대가 7시. 그다음이 8시 30분이었다.
1시간 일찍 도착하니, 회사엔 사람이 없었다.
쇠로 만든 단층건물이었다.
공장 특위의 스산함이 느껴졌다.
화장실로 들어가 아내와 카톡을 주고받았다.
아내는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며 나를 걱정했다.
사실 나도 내가 걱정스러웠다.
글만 쓰다 쉰이 넘어 직장생활을 하려니 낯설고 두려웠다.
원래는 이 알바도 49세까지 나이 제한이 있었다.
무작정 서류를 넣었는데 된 것이다.
연락을 받고 기쁜 마음도 잠시, 이내 불안했다.
어떤 일이기에 나한테 까지 연락이 온 걸까?
시급이 작아서일까? 아님 회사가 멀어서일까?
화장실을 다녀온 후 건물 앞을 서성였다.
초겨울이라 추웠지만, 아무도 없는 건물에 들어가기 망설여졌다.
그때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남자가 경계의 눈초리로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르바이트하러 왔는데요.'
그는 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가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메스꺼움이었다.
잠시 후 그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