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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r 30. 2024

참치초밥

절교

내가 매불쇼 팬인 반면, 아내는 겸손공장 팬이다.

난 겸손공장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아내가 듣는 건 상관없는데, 어느 때부턴가 뭔가를 사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광고를 하는 모양이다.

다양하게 쇼핑을 하기 때문에 사실 겸손공장에서 뭘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 산 참치는 옛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내 말로는, 요즘 남해인가 제주도에서 참치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래서 냉동이 아닌, 생참치를 싸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난 참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가 찬 음식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찬거를 먹으면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하드도 빨아 먹는다. 

결국 녹아 손이 엉망이 된다. 

그래서 아예 안 먹는다.

숟가락으로 퍼 먹는 아이스크림만 먹는다.


생참치는 정말 맛있었다. 

전혀 비리지도 않았다. 

나름 초밥을 만들었는데, 얼마 전 간 쿠우쿠우보다 덜하지 않았다. 

근데, 내가 쿠우쿠우의 초밥이 톡쏘지 않는다 했던 말을 기억했는지 와사비를 듬뿍 넣었다.

톡쏘다 못해. 썼다.

눈물, 콧물. 

아내는 좋다고 깔깔 거리며 웃는다. 

저 많은 걸 혼자 다 먹었다. 

(아내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먹으며 옛친구 생각이 났다. 

일전에도 내가 언급했던 적이 있던 친구다.

그가 내게 입버릇 처럼 한 말이 있다.


'내가 성공하면, 생참치를 사줄게. 냉동말고. 소고기처럼 맛나다.'


난 그 친구에게 절교 당했다. 

그 이유도 아직 모른다.

아내 말로는, 내가 가난해서 그런 거 같다고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내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들 안 가난한 척, 좋은 차, 좋은 집에 할부로 사나보다. 


친구가 아닌, 아내가 참치를 사줬다. 

난 참치를 먹으며, 그 친구를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친한 사람은 너무 자주 만나면 안 된다.

친한 사람과 너무 많은 말을 하면 안 된다.

친한 사람과는 조금 멀어져야 한다.

쓸쓸하지만, 그게 내 인생같다.

누군간 다른 인생을, 멋진 인생을 살겠지만.


추신: 아직 참치가 반 남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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