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 추천영화
나는 매불쇼 애청자다.
다른 코너는 안 보는데, 시네마 지옥은 꼭 챙겨본다.
최광희씨가 말했듯이, 마치 시트콤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난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솔직힌 대화를 좋아한다.
재미없는데, 재밌다고 쉴드치는 평을 싫어한다.
재밌으면, 재밌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다.
이런 게 좋았다. 저런 게 나빴다.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걸 좋아한다.
시네마 지옥은 그런 면을 가진 유일한 프로다.
출연하는 전찬일씨가 추천한 영화 '목스박'을 봤다.
비단 영화만이 아니라, 예술이 그렇다.
내가 얼마나 알고 있나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어떻게 느꼈냐를 궁금해 할 뿐이다.
어떤 동의를 받고 싶은 심리가 있고, 난 그게 전부라 생각한다.
타인의 지식이나, 철학을 내거로 만들 순 없다.
성공의 법칙을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 책을 판 놈만 성공한다.
나이 들어 돌아보니, 개인적, 사회적 성공이란 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많이 벌어도, 마음이 괴로워 자살하는 사람도 많다.
돈은 타고난 재능이나 운으로 가질 수 있지만, 성품이나 심성은 개인이 이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만일 자신이 가진 것도 없고, 외롭다면, 너무 자책하지 마라.
백프로 당신의 잘못만은 아니다.
당신은 태어나는 순간, 이렇게 살 확률이 90프로쯤 되었으니까.
미운 오리 새끼는 처음부터 백조였다.
오리가 어느날 갑자기 백조가 된 게 아니다.
다만, 그 어떤 기회가 좀 더 많이 제공된다면
우린 좀 더 많은 기적을 목격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형편없었다.
전찬일씨가 뭘 보고 재밌다고 한 건지 모르겠다.
나도 대학때 단편영화를 찍어 봤다.
이 영화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중간쯤이다.
그건 배우들의 힘이 컸다.
내가 이상한 건지, 친구들에게 이 영화를 한 번 보라고 추천했다.
내가 이런 영화도 못 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정말 시퀀스와 씬이 따로 놀았다.
이 영화의 감독이 영화학과 박사학위 소지자다.
어떤 기준으론, 더 배울 게 없는 사람이다.
근데 영화는 초짜같다. (물론 절대 초짜도 아니고, 여러 작품을 만든 50대 감독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손흥민 처럼 공을 차지 못한다고 괴로워 했던 건 아닐까?'
당연히 세상에서 몇 몇 사람을 빼곤, 손흥민처럼 공을 차지 못한다.
예술이 그렇다.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도시락 싸들고 말린다고 하는 지도 모른다.
대학때, 수업 중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8천원 낸 관객은 백만원짜리 냉장고를 살 때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
놀부심보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엔 수많은 밥벌이가 있다.
(부잣집 아들도 직업이다)
반드시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선생들에게 들었던 건 '꿈이 뭐니?' 라는 심드렁한 질문이다.
하찮은 직업은 꿈이 될 수 없다.
멍청한 선생이 멍청한 제자를 만든다.
내가 초중고 내내 선생을 보며 든 생각은, '오늘은 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였다
자기가 잘 못 가르쳐서 성적이 나쁜건데, 학생을 폭행한다.
내가 맞는 것도 싫고, 친구들이 맞는 것도 싫었다.
솔직히 대학때도 마찬가지 였다.
별의미없는 수업을 학위를 따겠다고 앉아 있는 내가 한심했다.
꿈에 관해 난 한번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적어도 나에겐, 질문이 잘못됐다.
'너의 컴플랙스, 결핍을 어떻게 극복할래?'
라고 묻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