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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y 04. 2024

송화가루

아내가 웃었다. 

난 빌라에 살고 있다. 

집 뒤로 산이다.

봄이 되면, 송화가루가 날린다.

엄청 날린다.


그런데 올해는 더욱 심하다.

마치 노란색 불길이 하늘로 치솟는 거 같다.

새들의 군무 같기도 하다.

하루만 지나도, 차가 노랗게 덮인다.

가득이나 노후차인데, 더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난 물조리개를 들고 나가 차에 붓는다.

조리개가 크지 않아, 몇 번을 해야 한다. 

조금 번거로운 일이다.

아내는 하지 말라고 말린다. 

난 차에 탈때, 송화가루가 입에 들어가는 거 같아 계속 물을 붓는다.


오늘도 차에 물을 뿌리고 있는데, 음료수를 마시던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슬쩍 보니, 분명 우리 빌라 사람은 아니었다. 

어느새,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내가 뭐지? 하는데. 


'왜 차에 물을 주세요?'

'네?'


헐! 잠시 할 말을 잃은 나는 '송화가루가 쌓여서요'

그가 빙그레 웃으며, 지나간다.

집에 돌아와 이 얘길하니, 아내가 콘프로스트를 먹다 

웃음이 터져 입 안의 내용물이 뿜어냈다. 

손으로 입을 막으니, 더 더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웃자고 한 말이 아닌데.....


추신:

아내는 차가 매일 물을 먹어 더 자라는 거 아니냐고 한다. 

자고 나니 쏘나타로.

왜 다들 날 놀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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