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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y 17. 2024

식스센스

행복


영화를 보며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전혀 예상을 못했다. 

맷데이몬은 눈치챘다고 하는데, 안타깝다. 

영화적 즐거움을 놓친거니.

어쩔땐 적당히 멍청한 것도 좋다.


초반은 지루했는데, 정신과의사가 소년을 만난 후 부터 몰입감이 늘어났다. 

재밌는 건, 이 영화의 반전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다른 대사와 장면이 떠오른다. 


요즘 행복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누구는, 우연히 얻은 행운이라고 한다.

누구는, 예상보다 더 나은 결과라고 한다.

누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현재라고 한다.

누구는, 삼시세끼 라고 한다.


난 행복한 적이 없었단 생각을 했다. 

그렇게 느꼈다. 

객관적으로 보면,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죽거나 장애를 갖지 않을 만큼 건강했고, 가계는 굶지 않을 정도였고, 남들 다 가는 대학도 나왔다. 

근데 왜 행복한 적이 없다고 느낄까?

이 정도도 갖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식스센스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엄마가 울면서 소년에게 묻는다. 사실은 자신의 엄마에게 묻는 것이다.


'엄마, 내가 자랑스러우셨나요?'


할머니는 대답한다.


'언제나'


내가 깨달은 행복은, 스스로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순간이다.

행복은 거저얻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내가 만든 어떤 순간이다.

남이 인정하든, 안 하든. 내가 그렇게 느끼는 순간이다.

행복은 노력이다.


복권맞은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부끄러워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르는데, 가장 창피한 순간임은 분명하다.


난 노력을 안 했다. 

그게 행복인 줄 몰랐다.

난 행복한 적이 없는 게 아니라. 노력한 적이 없는 거였다. 

뭐든지, 깨달았을 땐 늦은 때다. 


추신: 

당연히 재벌2세, 3세들은 행복한 적이 없을 것이다. 

행복한 척할 뿐이다. 좋은 차, 멋진 여자, 높은 직함. 

왜 그에게 축구협회 회장직이 필요한 지 모르겠다. 축구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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