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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y 20. 2024

소아우울증

이츠 카인드 오브 어 퍼니 스토리


내가 아침을 싫어 한다는 게 우울증임을 늦게 알았다. 

아침이 싫은 건, 친척들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난 내 가족에게 대단한 걸 원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더 나은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도 내 가족에게 그리 좋은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난 늘 엄마에게 아침이 싫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싫고,

힘이 없다고 했다.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셨다. 

'왜 그러니, 엄마는 아침이 참 좋았는데.'

난 지독히 싫었다. 

제일 좋은 시간은 저녁이다. 

조용필 가사처럼 모두 집에 돌아가는 시간.


영화는 지루하다.

별 내용없다.

부잣집 도련님의 말랑콜리한 감정이다.

다만, 그가 느끼는 두려움은 사실이다.

가시에 찔려도 아픈 건 아픈 거다.

물론 작가의 고통이 가시란 건 아니다.

고통에 관한 의견일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난 소아우울증이었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치료 받는 다는 건 코미디다.

난 참아야 했고, 

내색하지 않아야 했고, 

밝은 척 해야 했다. 

대신 난 무기력해졌다. 


평생을 살며, 영웅의 이야기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지금도 사극은 안 본다. 

왕이니 공주니 하는 이야기를 싫어한다.

대신 외로운 사람 이야기를 좋아한다.

상처받은 사람 이야기를 좋아한다. 


위 영화의 원작 소설가는 32살에 자살했다. 

소설이 히트하고, 영화로 만들어지고

방송작가도 됐지만, 자살했다. 

왜 일까?


원하는 것이 있고,

되고 싶은 모습이 있는데,

원치 않고,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 번 잃어 버린 건 

영원히 가질 수 없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괴로운 건 어쩔 수 없다. 


말로 설명할 수도,

누굴 설득할 수도 없다. 

목사, 신부, 중, 재벌, 소설가

못한다.


아무도 못하다.

못한다는 사실을 알야야 한다.

절대 못한다.


대신 자신이 어떻게 죽을까 궁금해 할 순 있다. 

굳이 자살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빅 피쉬'가 괜찮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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