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칼국수
유튜브 채널 중 공무원10년 하다, 주식 망해서 우울증 걸린 여자분이 있다.
지금은 야간쿠팡을 한다. 한 달에 200만원 조금 못 번다고 한다. 한 150만원 정도.
이 분이 정말,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들깨칼국수라고 칭찬해서 먹고 싶었다.
사실 내 최애는 강북구에 있는 엘림 들깨 칼국수다.
여긴 모르는 사람과 합석이 자연스럽다.
두 사람이 네 자리 차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처음 내가 이곳을 찾은 건 10년도 훨씬 전이다.
동네를 걷는데, 불탄 점포가 보였다.
그 후로 계속 그 상태였다.
워낙 외진 곳이라 들어오는 가게가 없었다.
나도 아내에게 계속 저 상태일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다 엘림이 들어왔다.
그래도 난 한동안 방문하지 않았다.
난 칼국수를 안 좋아한다.
근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난 또 호기심이 많다.
아내와 함께 줄을 섰다.
6천원에 수육까지 준다.
압도적인 가성비였다.
맛은, 대박이었다.
태어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었다.
지금도 내일 죽는 데, 딱 하나만 메뉴를 고르라면 난 이곳 칼국수를 먹을 것이다.
호텔, 오마카세도 필요없다.
오마카세는 못 먹어 봤지만, 호텔부페는 몇 번 가봤다.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허름한 실내였다. 주문을 하고 첫 숟가락을 뜨는데
아내와 난 눈빛이 마주쳤다.
아.....안 되는 구나.
난 왜 만두까지 시켰을까......
비싸긴 왜 더 비쌀까?
우린 눈으로 대화했다.
아내는 콩국물을 사려 했다, 이내 단념했다.
뭐 다를 거 같지 않았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우린 현충원을 찾았다.
여기까지 내려와서 그냥 가긴, 더구나 이 음식을 먹고 바로 가긴 아까웠다.
문제는 가는 길에 꽈배기집 이었다.
대박이었다.
오천원에 꽈배기 하나, 도넛 3개.
마치 크로아상을 먹는 느낌이었다.
주인 할머니가 도넛 반쪽 두개를 맛 보라고 줬다. 딱 엄지손톱 만 했다.
난 그걸 들고 주차장으로 갔다.
차 안에서 아내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알고보니, 오천원에 도넛 하나인 줄 알았다는 거다.
그걸 반으로 나눠 들고오는 날 본거다.
요즘 물가를 보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거 같았나 보다.
배가 불렀는데도, 정말 맛있었다.
현충원을 둘러보고 집에 오는 길에도
나머지 도넛과 꽈배기를 먹었다.
'가끔 나오자.' 아내가 말했다.
'돈 든다' 내가 말했다.
'얼마 안 든다' 아내가 말했다.
'그러자' 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