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우치
어제 아내와 같이 병원에 갔다.
주기적으로 처방받는 신경정신과 약과 위장약을 받기 위해서다.
늘 하던 거라. 진료도 빨랐다.
대기도 몇 명 안 됐다.
요즘 서울의 병원은 백명은 기본이란 얘길 들었다.
약을 받고, 잠깐 어디 앉아 있을까 했다.
원래는 쿠폰이 있어 스타벅스에 가려 했는데,
아내가 새로 생긴 롯데리아에 꽂혔다.
개인적으로 난 롯데리아를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음식냄새 때문이다.
당연히 맥도날드, 버커킹도 마찮가지다.
한번은 스벅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이 있어
자리를 옮겼다.
그렇다. 난 오감이 엄청나게 예민한 류다.
우리 집엔 몇 개의 고성능 귀마개도 있다.
물론 다 소용없다. 오히려 귀만 아프다.
롯데리아에 사람은 없었다.
롯데리아는 스벅같지 않게 추웠다.
겉옷을 벗을 수 없었다.
햄버거 세트와 커피를 주문했다.
음식을 들고, 구석으로 가니 할머니 4분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도 구석이라 보이지도 않는 자리였다.
아내도 열린 공간에 있기 싫어서 인지, 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실내가 추웠는데, 그 자린 더 추웠다.
아내는 콜라와 감자튀김, 오징어 튀김을 먹고 난 커피를 마셨다.
2500원인데, 스벅보다 맛 없었다.
자연스럽게 할머니들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한참 선우은숙의 사생활 얘기를 했다.
동치미란 프로에 대한 얘기였다.
아내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매불쇼를 들었다.
할머니들 얘기가 안 들렸을 것이다.
할머니들 입에서 작은 백이란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작은 백을 받을 걸 갖고 난리야. 크면 말도 안 해. 그리고 목사도 아니래. 사이비래.'
'나 같아도 주면 받겠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곧이어 윤석렬을 두둔하는 내용이 나왔다.
'다 먹었어? 일어나자.'
'응'
아내와 나는 일어났다.
롯데리아를 나오는데, 아내가 물었다.
'아까 할머니들, 윤석렬, 김건희 얘기한 거 맞아?'
'들렸어? 맞아. 그래서 나온 거야.'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지. 가방이 작으면 싸다고 생각하는 건가?'
난 조금 떨어진 스벅에 갔다.
빨리 나오자고 한 게 미안해, 한 장있는 쿠폰을 아내가 좋아하는 음료를 사는데 썼다.
동네를 빠져나오는데,
딱 하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재명 구속' 국민의 힘.
민주당은 아예 이 동네엔 현수막도 안 붙이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