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렉트릭 스테이트

로봇

by 히비스커스

로봇도 자의지가 있다.

로봇도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로봇도 자긍심이 있다.


난?

모르겠다.

몰려드는 허탈감, 공허를 견디지 못하겠다.

죽음이 조금씩 그림자를 드리운다.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

눈이 침침하고, 골반이 아프고, 숨이 가쁘다.


내가 로봇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지,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생각난다.

조작된 인생.

그래도 어쩌면 그가 더 나은 삶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나보다 더 자의지가 있었던 거 같다.


큰 부는 덜 비참함을 선물한다.

큰 부는 아주 잠깐 우월함을 느끼게 해준다.

큰 부는 삶의 애착을 만든다.


가난은 모든 걸 앗아간다.

난 가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생을 감옥 속에 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내 몫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나의 시간들.

원하는 걸 하지 않았다.

원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가마니도 아닌데, 가만히 있었다.

오직 살기 위해서. 살아 있기 위해서.

로봇만도 못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허망한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