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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벼움

인간실격

by 히비스커스

어제 그제는 친구 모임이 있었다.

난 원래 남의 집에서 자는 걸 안 좋아한다.

몸이 약한 게 첫 번째고 아침의 부산함을 견디지 못한다.

물론 그렇다고 내 집이 구중궁궐이란 건 절대 아니고,

늦잠을 자는 스타일이란 것도, 잠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타인이 불편하다.


아마 내가 인간실격이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어색함이 싫어 우스광스러운 짓을 한다는 게 와 닿았다.

내가 그렇다.

난 잘 웃고, 실없는 농담을 하고, 나를 낮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내가 정말 보잘것 없기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난 보수를 싫어한다.

진보를 딱히 좋아하는진 않지만, 유시민은 좋아한다.

그가 편한 사람이기때문이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잘 웃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날카롭고 강한 사람이며,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난 우디알렌도 좋아한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난 우디알렌처럼 살고 싶었다.

근데 난 그냥 광대가 되었다.

내 생각에 나에게 컴플렉스를 느끼는? 친구 놈이 어제는

계속 깐족거렸다.

다른 한 애는 너무 이기적이고 고집스러웠다.

1분 1초가 고통이었다.


결국 난 폭발했다.

아내는 당황했다.

물론 대놓고 그러진 않았다.

다만 '닥쳐'란 말을 했다.

정말 그를 다신 만나고 싶지 않다.

매번 그를 만나면,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근대, 이 나이에

친구도 별로 없는데,

관계를 굳이 끊는 게 옳은 가 고민하게 된다.

근데 정말 끔찍하게 싫다.

아내는 그러지 말라고 한다.

(어제 무지 불편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이미 다른 친구로 부터 절교를 당했다.

나도 동일인에게 절교 선언을 당했다.

난 최소한 그 모습이 싫어 꾹 참는다.

(다 늙어 누군가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건 좀 우습다)


난 광대다.

그래서 이 모든 문제가 생기는 거 같다.

요조는 결국 자살한다.

요조에겐 아무도 없다.

이 소설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난 잘 이해된다.

아내는 나보고 이기적이라 한다.

난 사실 내가 남을 늘 신경쓰고 맞춰주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스광스런 짓을 한다.

광대짓을 한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 없다

나도 좋은 사람이 아닌 거 같다.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

그게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이다.

신경안정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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