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 풀렸다

착가

by 히비스커스

내 작가 인생이 그렇다.

꼬인 것도 아니고, 안 풀렸다.

기회는 꽤 있었다.

솔직히 시작은 남들보다 빨랐다.


대학교 시절, 시나리오 수업을 들었다.

아마 학생이 50명 아니면 100명쯤 됐을 거 같다.

오래되니 기억도 희릿하다.

이 수업은 연극영화과 필수라 거의 모든 학생이 듣지 않았나 싶다.

당연히 작품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다.

딱 두명 a+를 받았다.

물론 내가 그 중 하나다.

그것도 부족해 유명감독이었던 교수가 자신의 작업실에 직접 초대를 했다.

그는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고 했다.

난 한달가까이 글을 써 보여줬고, 그게 끝이었다.


방송작가 교육원에서도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나름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니 창작반까지 올라갔겠지.

그후, 애니메이션 작업도 하고 몇 몇 영화사랑 계약도 하고

크진 않지만 상도 받고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누군 내게 로비가 부족하다고 한 적이 있다.

현업작가였다.

누군, 아니 대부분은 나보고 게으르다 했다.

이 중엔 아주 유명한 방송작가도 있다.

나도 내가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빈둥빈둥 생각만 하고 남의 작품 분석이나 하고

읽은 책 또 읽고 읽고 읽고

강의를 듣고 또 듣고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난 나의 패착이 남의 기준에 맞추려 한 데 있다고 여겼다.

감독, 기획자, 동료 작가, 성공한 작품들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한 게 아니었을까 반성했다.


근데

난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작품만 쓴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론 세상에 맞추려 한다고 했지만, 알고보면 독고다이 했는지 모른다.

이는 잘못된 교육탓도 있다.


당신은 특별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당신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세상을 알아야 한다.

사자가 무서운 줄 알아야, 도망칠 수 있다.

사자가 얼마나 빠른지, 그 속도를 알아야

더 일찍 튈 수 있다.

거리를 젤 수 있다.


자신만 보지 말고, 세상을 봐야 한다.

세상의 아름다움만 보지 말고

추함을 봐야 한다.


부자들, 선택받은 자들은 부모가 채워준다.

알려주고, 실패하면 덮어준다.

그렇게 자신의 경험과 자산을 만들어 간다.

계속해서, 자신의 위치와 미래를 각인시킨다.

위험과 기회를 알려준다.

자신만의 착각에 빠지지 않게 길을 인도한다.


내 안에 다 있다고?

평생 봐도 아무것도 없다.

채워 넣은 것만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사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의 그림자만 좇는다.

닮으려는 의지도 없이, 닮고 있다는 착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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