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피시

타인의 삶

by 히비스커스

요즘 심리 상담을 받는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요즘은 힘들다.

내가 심리상담을 받는 게 처음이 아니다.

몇 번의 상담사를 거치며

내가 깨달은 바가 있다.


그들도 공식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말하지 않은 건, 모른다.

내가 말한 것만 안다.

그것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자료를 보거나 기억나는 것만 안다.


상담으로 내가 행복해지거나 무언가 변화될 거라고 믿는다면

실망할 수 있다.

나를 나만큼 아는 사람도, 신경쓰는 사람도 없다는 걸 알게 될 뿐이다.

상담사는 책이나 논문을 통해 지식을 쌓은 전문가일 뿐이다.

나같은 상담자가 하루에도 몇 명이나 온다.

그리고 자신의 삶도 있다.


몇 년 전 상담을 받을 때는, 지루하고

뻔하고 그랬다. 한마디로 시간낭비라 생각했다.

근데 이번엔 솔직히 힘들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님 자신과 마주하는 게 힘들어서 그런지

또 아님 상담사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어쨌건, 이번 상담으로 내가 느낀 건

난 나를 위해 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난 나를 위해 산다고 살았다.

근데 정말 나를 위해 살면, 정말 열심히 산다.

남에게 보이려 살면, 적당히 산다.


예를 들어운동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서 하는 운동은 끝까지 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남에게 보이기 위한 운동은 계속 체크한다.

'이 정도면 괜찮아 보이지 않나?' 하고.


분명 나를 위해 운동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준은 남에게 있다.

남의 만족이 나의 만족이 된다.

그래서 적당히가 나온다.

근데 적당히는 적당한 만족만 준다.

남이 없으면, 만족이 사라진다 .


요즘은 모르는데,

내가 어렸을 적엔, 틀린 수대로 선생에게 맞았다.

선생은 아주 즐거워하는 표정을 감추며

어린 학생을 폭행했다.

1개만 틀려도 잘못된 것이다. 벌을 받으니.

1대 맞은 애는 2대 맞는 애를 보며 행복해 한다.

백점 맞지 않는 이상,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선생을 위해 시험봤기 때문이다.


난 한 번도 나를 위해

뭔가를 해 본 게 없는 거 같다.

스스로 뿌듯하다고

아니 그 감정조차 초월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즐겁게 놀면, 바로 죄책감이 따라온다.

공부는 남을 위해 한 거고


결국 마지막엔 공허만 찾아온다.

내가 죽으면, 남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내가 죽으면, 몇 명이나 찾아올까?

내가 죽으면, 자식들은 울어줄까?

다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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