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침

모기

by 히비스커스

예전엔 자다가 모기 소리가 들리면 얼른 눈을 떠 잡았다.

요 놈이 보통은 머리 맡이나 근처에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바라보면 작고 까만 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천천히 재빠르게 다가가 손바닥으로 탁 치면, 납작하게 놈을 눌러 죽일 수 있었다.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휴지로 쓱 닦고 다시 느긋하게 잠을 청했다.


오늘은 아니다.

첫 번재 동작까지는 이뤄졌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놈이 보이지 않는다.

침침한 눈을 부비며 샅샅이 훑는다.

안 보인다.

눈 앞에 미생물 같은 것들만 둥둥 떠다닌다.

비문증.

더듬더듬 벽을 만져보지만, 아니다.


10분.

툭툭 벽이며 커튼을 쳐본다.

놈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들었는데, 어디 있을까?

숨어서 날 비웃고 있겠지?


그래 네가 이겼다.

내일 밤에 보자.

피로 통통하게 배를 채워

날지 못할때

우리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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