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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Apr 18. 2023

최고의 치료제

서서 일하는 직업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흔히 나오는 대사가 있다.


'자식이 돌아가는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게 부모 소원이다'


한마디로 사무직이 사람대접 받으며 일도 편하고 돈도 많이 받는 단 얘기다.


그리고 또 한마디.


'너 공부 안 하면 공장 간다.'


알바를 두 달간 해본 경험이 있다.

정부기관의 일을 보조하는 업무였다.

물론 최저시급이었다.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으로 위반사항을 찾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편한 일자리라 그런지 경쟁이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난 남자고 인근지역에 살아서 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공장일이 6년 만에 얻은 두 번째 알바다.

물론 계약직으로 들어왔지만, 알바사이트의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했으니 알바개념이다.

거의 최저시급을 받으니 계약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십 년 넘게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년의 여성분들이 계시지만, 월급은 겨우 10프로 정도 많을 뿐이다.

당연히 진급이나 다른 혜택도 없다. 보너스는 말할 것도 없이.


공장 일의 특징은, 의자가 없다.

대신 발받침대가 있다.

그 위에 올라가 하루종일 전동 라이버로 나사를 박고, 전선을 연결하고, 불량을 체크한다.

그걸 정확히 8시간 반복해야 한다.

다리가 아파 잠시 앉으려면, 쭈그려야 한다.

마치 찌그러진 빈 캔처럼.

주일 정도 이 일은 하니, 나도 정말 다리가 뻐근하고 아팠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게, 하지정맥과 내레이터 모델이었다.

예전 농구동호회하던 때, 매장영업사원을 하다 밥장사를 시작한 친구가 있었다.

반바지를 입었는데, 하지정맥이 심했다.

아프진 않는데 보기 싫어서 곧 수술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서서 일하는 직업 때문이었다고 한다.

매장에선 앉을 곳이 없다고 했다.  


가난하고,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물류, 영업, 서비스, 생산직 등등.

특히 나이 들어 직업을 구할수록 서서 일하는 업종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얻기가 쉽지 않다.

병원에 누워 수액을 맞고 출근한 아주머니가 계셨다.

그분을 병상에서 일으킨 한 마디가 있었다.  

  

'돌아오면 자리가 없을지도 몰라'


농담처럼 건넨 조장의 한 마디였다.

물론 농담이었다.

하지만 그분에겐 마냥 농담처럼 들리진 않았을 것이다.

60이 넘은 여성분에겐, 이런 일자리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우린 아파도 일어나야 한다.

아프면서 일하며 산다.

그게 인생이다.

아프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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