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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Jan 24. 2023

최악의 인간

그라운드 제로

누구는 집이 몇 채고, 누구는 부장이나 이사다.

난 뭐 하고 살았을까?

이것저것 기웃거린 게 아니라, 한 가지 일만 죽어라 했는데.

바보인가?

이룬 것 하나 없고, 가진 거 하나 없다.


지긋지긋하다.

똑똑한 놈들은 진작에 그만뒀는데, 난 미련하게 붙잡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

지금도 누군가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말릴 순 없다. 듣지도 않을게 뻔하다.


돌이켜보면  난 정말 행복했다.

당선됐을 때, 계약했을 때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난했지만, 미래가 있다고 믿었다. 아니 기대했다.

하지만 바라던 미래는 오지 않았다.

나이만 한 살 한 살 먹어갔다.

마치 냄비 속에 개구리처럼 물이 끓는 줄도 모르고.

결국 도망치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죽는다.

내 삶도 개구리와 같다.

 

초라하고 비참하고 절망스럽다.

하고 싶은 일을 한 대가라 생각한다.

난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 난 더 많이 불행하다.

얻은 게 많으면, 잃어야 할 것도 비례하게 된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살고 싶은 건 확실하다.

삶은 아직 나에게 너무나 소중하다.

다만 내게 기쁨을 주는 일들이 거의 없어진다는 걸 느낄 뿐이다.


나이가 드니 옳고 그름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지 뭘 하는지.

한 말을 또 하고 방금 한 일도 까먹는다.

내가 얼마나 초라한 놈인지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남이 날 어떻게 보는 지도 알아채지 못한다.


 다시 시작할 용기도 힘도 없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이 절망이라는 걸까......

난 지금 최악이다.


그라운드 제로다.

그리고

꾸준히 생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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