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버핏부터 스누피까지
브리지가 전략적인 두뇌게임이다 보니 정치가나 사업가들 중에 유명한 플레이어들이 많이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실력 있는 브리지 플레이어 3명만 있다면 감옥에 가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브리지 마니아로 알려져 있으며 주주총회 때 주주들과 브리지를 즐길 정도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게이츠도 유명한 브리지 고수인데 심지어 워런 버핏과 빌게이츠는 2007년 북미 브리지 챔피언쉽 (NABC)에 파트너로 참가하기도 했으며 미국의 중고교 학생들에게 브리지 게임을 가르치기 위하여 함께 많은 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등소평도 브리지를 즐겼다고 하는데 1920년대 파리 유학시절 브리지를 배운 그는 모택동에 의해 문화혁명 기간 동안 자본주의자들의 취미라고 여겨져 금지되었던 브리지를 지원하기 시작하여 1979년 첫 중국 내 토너먼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후 1980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중국브리지협회가 창설되었고 등소평은 세계브리지협회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중국은 아시아권에서 브리지 강국으로 꼽힌다.
제임스본드의 작가인 이안플레밍도 브리지 게임을 좋아했고 그가 쓴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소설 "문레이커"(1979)에도 브리지 장면이 등장한다. 007이 M과 파트너가 되어 악당 드렉스와 브리지게임을 하게 되는데 단순한 오락을 넘어 두 사람의 지적 대결과 심리전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마지막 게임에 등장하는 핸드는 19세기부터 내려오는 전설적인 핸드를 변형한 것으로 본드가 드렉스의 속임수를 간파하고 역이용하여 7♣의 그랜드슬램 컨트렉트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승리하는데 그 핸드는 아래와 같다.
만화 스누피에도 브리지 플레이에 대한 내용이 자주 나온다. 스누피의 저자 찰스 M. 슐츠가 어마어마한 브리지광(狂)이었기 때문에 스누피의 여러 에피소드에 브리지가 등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한 에피소드에서 스누피는 라이프마스터로 묘사되는데 라이프마스터란 나라나 협회마다 규정이 다르긴 하지만 상당한 포인트를 쌓아야 얻을 수 있는 브리지에서 중요한 타이틀의 하나이다. 미국브리지연맹 (ACBL)에서는 1997년 스누피와 그의 파트너인 우드스탁을 명예 라이프마스터로 인정하기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가인 아가사크리스티도 브리지게임에 대한 조애가 깊어 에르큘 포아로가 등장하는 그녀의 소설 "테이블 위의 카드"에서는 브리지 게임의 스코어카드가 살인자를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증거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케네디 대통령,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 등 정치 지도자는 물론 배우 오마 샤리프, 테니스여제 나브라틸로바, 패션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 등도 유명한 브리지 마니아들이다. 이 중 오마샤리프는 유명한 브리지 선수로도 활동했으며 그의 이름을 딴 브리지 책과 게임도 있을 정도이다.
“달과 6펜스”라는 유명한 소설을 저술한 써머셋 모옴의 다음 글귀를 보면 그가 얼마나 브리지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테이블에 앉아 카드를 한 장 한 장 구별할 수만 있으면 브리지 플레이는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스포츠, 사랑, 야망, 이 모든 것이 실패해도 브리지는 당신 곁에 남아 위안과 즐거움을 줄 것이다 (You can play bridge as long as you can sit up at a table and tell one card from another. In fact, when all else fails - sports, love and ambition - bridge remain a solace and an entertai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