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난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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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샘

자책이 가득 담긴 글을 쓰고 딱딱함과 퐁신함이 공존하는 의자 위 엉덩이의 감각을 느끼며 앞에 있는 연수가 끝날 때까지 뒤죽박죽 복잡한 엉겨버린 테이프 같은 머릿속을 더 매만졌다. 불쌍할 필요가 없는데 불쌍한 나를 합리화하고 위로하며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러면서도 손으로는 휴대폰을 계속 만지며 지도에 들어갔다가, 네이버 검색창에 무언가를 썼다, 지웠다, 앨범에 들어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수가 끝나자 몸을 일으켰다. 마음과 의지도 함께 일어났다. 화장실 불을 잠깐 켜서 나갈 준비를 하며 ‘오늘 하루종일 시간이 많았는데 나가지 않고’ 라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 ‘그래도 지금 일어났다!’ 가방에 물통, 봉지, 속옷을 챙겼다.


혹시 버스 시간이 다 되어 끊겨 버릴까봐, 그럼 20분 거리기는 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그 길을 내가 걸어와야 할까봐 고민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내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컸다. 아무렴 어때! 그렇게 되면 그냥 걸어오면 되지! 막차 바로 앞 버스를 타고 2정거장 뒤쯤인 헬스장에 내려 할 수 있는 정도의 운동을 했다. 20분 정도 했나, 아무래도 모공은 여기만 다 뚫린 것 같은 얼굴에서 땀이 쏟아져 나오고 어느정도 몸도 젖었다. 상쾌하게 씻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나왔다. 한적한 거리에 새벽같은 공기를 맡으며 ‘사람이 좀 있어라’ 확 달라진 내 몸과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내가 말하자마자 밤 운동 또는 집으로 귀가하는 중인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빨간불이 꺼져버린 정류장에서 안되면 그냥 걸어가자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1분 뒤에 버스가 온다는게 아닌가! 난 정말 행운아다! 오늘 하루 중에 이런 러키를 바라고 실행한 순간이 있었나. 나는 정말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으며 기분 좋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기력하던 몇 시간 전 나와는 달리 새롭게 돌아온 나는 내려온 화장실 환기창을 메우기 위해 테이프로, 양면테이프로, 끼워넣는 나의 퍼즐력으로 다시 송글송글 얼굴에 땀이 맺히는지도 모르고 무언가를 했다. 가뿐하게 명상과 스트레칭도 하고, 책을 읽어야하는데 유튜브를 보다가 책은 오늘 하루종일 읽었잖아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과 함께 탁 하고 불을 껐다.


하루에 여러 마음이 공존할 수 있지만 몇 시간만에 사람이 이렇게나 달라져도 되는걸까. 나는 된다. 고 말하고 싶다. 그러해야지 살 수 있지 않겠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작게 타고 싶다고 한 사람 어디로 갔나, 그 파도가 높게 치솟으면 치솟을수록 반대되는 경우도 심해지는데! 혼자 집에서나 밖에 나와서나 운동을 하기 전이나 하고 난 후나 잔잔하게 흘러가는 나를 바라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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