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날
_소오름 돋기 전
2025년 8월11일 월요일, 가족들과의 게임을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일어나고 나서는 기분이 안좋아 아무말도 안했다. 나 성격이 정말 이상한 것 같다. 아침밥을 먹고 뾰로통 하게 앉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면 하지 말자” 하는 뾰족한 소리를 내보였다. 서운함이었다. 눈을 흘기고 괜한 자존심으로 웃으면 진다는 생각까지 했다. 못났다. 그런 날 어르고 달래준 가족 덕분에 나는 MC가 되어서 신조어 퀴즈, 음악 퀴즈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아빠가 노래를 많이 알고 계셨고 엄마 아빠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재미나게 놀았다. 엄마 6점으로 1등!, 아빠랑 환이가 5점으로 동점이라 가위 바위 보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마지막 상품 결정전. 쓰여진 문구를 보고 엄마는 3개, 환이는 2개, 아빠는 1개를 선택했다. 너무 뿌듯하고 보기만 해도 재미난 나였다. 끝나고 환이가 가는데 카드키를 잃어버려서 온 집을 뒤지고 온 차를 뒤지고 온 가방을 뒤지는 대란이 일어났지만 25,000원의 행복으로 평화를 맞이했다. 환이가 상처 입은 것 같았지만 제발 잘 챙기고 다녔으면 좋겠다. 한심하기 보다는 걱정되어서! 하지만 이것도 긍정적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오늘. 씻고 머리하고 화장하고 포항 여행 시작! 하늘과 찰떡으로 잘 어울리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던 영일교부터 너른 들판에 떡하니 세워져있을거란 내 예상을 뚫고 홀로 자리를 지키며 바람과 사람에 흔들거리는 묘미까지 주던 스페이스워크, 3분컷이지만 12경 구경부터 포항 바다를 실컷 보게 만들어준 해상 스카이 워크까지 이 일대를 빼곡히 돌고 마라도 횟집에서 달인의 물회와 전복죽을 누구보다 맛나게 먹고 바다를 바라보며 포항 가족 여행을 바다와 마무리했다. 모자까지 득템해 신난 엄마, 아빠를 배웅하며 “나 학부 때 교수님이 가족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가 채워주는게 가족이라던데 나는 오늘 더욱 깨달았고, 가족들에게 더욱더 많이 감사했어!“ 를 남겼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의 포항 여행! 또 올래!
_소오
2차전으로 약속된 만남을 가졌다. 카페까지 데리러 와주셨는데 엄마, 아빠가 주차장을 빠져나가시기 전이라 약간 콩닥거렸다. 만반의 준비를 해오신듯 저녁까지 이야기 하셔서 기차 시간을 늦췄다. 사투리 이야기로 시작해 이번 포항 여행부터 쫑알대는 나를 묵묵하게 또 풋 터지시며 들어주셨다. 참 점잖으신 분이다 생각하면서 입은 멈출 줄 모르고 움직였다. “AI 이신거 아니에요?” 웃는 나의 말에 “이건 더 사회화 된 거다” 라는 답변이 들려와 “오오” 나를 고민하게 했다. 기 빨리지는 않으실까 내 나름 적당한 템포로 까불었다. 도착한 카페에서 오션뷰에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원대한 목표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래와 과거, 현재가 오고가던 순간이었다. 비가 한방울씩 떨어졌지만 사진도 야무지게 남기고 애매한 손으로 울퉁불퉁 길을 아무렇지 않은 척 걸었다. 이른 저녁을 먹으며 고추냉이 부심을 부리다 배가 터지게 먹고 말았다. 참으로 다른 차이를 마주하며 공통점을 찾으려 애썼다. 생각보다 늦게 나와 폭풍 운전으로 역에 도착했는데 가는 중 “운전하다가 화 내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안내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이건 모두가 내지 않나요? 낼 수 밖에 없잖아요!” 폭풍 답변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_름
스토리로 2024년 8월 11일을 찾는 손에는 감흥이 없다. 뭐했더라? 일본 안갔나? 더 뒤에 갔나? 하는 사이 떴다. 음식점 소품을 찍은 사진부터 카페. 해운대다. 앞으로 넘겨서 다시 확인했다.
소오름
무슨 운명처럼 근데 운명이라면 도대체 어떤 이름을 가진 운명인지 그 사람이었다. ‘어머 어머 어머 대박 소름 아니 진짜? 뭐지? 신기해 재밌다‘ 이제 2번 가봤지만 나에게 소오름까지 안겨준 포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