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차이

오지랖

by 지니샘

집에 가면 이혼숙려캠프를 본다. 엄마가 주무시면서 시청하시는 프로그램이다. 처음 접했을 때는 “왜 저러냐는 소리 할거면서 왜 봐?” 하고 나는 눈도 돌리지 않았었는데, 자극적인 내용에 이끌려 보았더니 ’어우야‘ 싶었다. “아이고 저렇게 하면 어떻게 하노, 서로가 포기하는 것도 없고 이해해 주지도 않으면 결혼을 하기가 힘들다”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혀를 끌끌차며 이야기하던 엄마 처럼 나도 “저건 아니지, 저러면 안되지!” 언성까지 높이고 있었다. 뭐가 더 있을지 모르고 혹시 과장 했을지도 모르지만 가감없이 사생활을 촬영하는 이들에게 오지랖이 뿌려진다. 티비 앞에서 이야기하는 나의 목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왜인지 우리집에 누워 보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오지랖을 듣고자 나온 것만 같다. 가끔씩 sns를 보다보면 간섭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출연진의 글을 볼 수 있는데 꼭 이들에게 뭐라고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프로그램에 나온 이들도 위험해 보였다. 꼭 꼭 숨기고 산다고 해서 달라지는 현실도 아니지만 자기가 보여주었고 보여지는 것에 대한 대가나 책임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종알거리다 영상이 끝났다. 다 하고 나니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도 집에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있다가 엄마나 아빠가 지적 하시거나 고쳐야 할 점을 이야기하시면 듣기 싫은 마음이 올라오고 ‘내가 알아서 할건데! 엄마, 아빠 진짜 오지랖’ 하면서 속으로 불만을 터뜨린다. 밖으로도 “아!” 하는 짧은 외마디를 내지르기도 한다.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 보다는 지금 당장 나를 보호하고 싶기만 한 나의 모습이다.


단적인 예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고 알리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 마음 안에는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어딘가에 숨어 있든 드러나 있든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나와 같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다름이 표현될 때 우리는 positive 한 감정 보다는 negative 한 짜증에게 지배 당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다른 사람은 그럴수도 있는거다. 나와 다르니까. 나를 보여주었을때 “어! 나랑 다르다!” 를 표현하고 있는 것인데 참으로 오지랖 같고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차이를 잘 수용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차이에 두 팔 벌려서 버선발로 마중 나자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고 멀리서 “아, 저런가 보다” 하고 싶다. “오지랖 부리지 마세요”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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