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사람이자 인간인데

임계점을 넘는 순간

by 지니샘

퍼즐이 맞춰진 날이었다. 정확한 원인 모르게 기울여지던 불안이 여실한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앞으로의 내 스탠스가 하루종일 고민 속에 머물렀다.


나는 새로운 만남을 즐긴다. 사람 좋아 인간의 특징이다. 좋은게 좋다고 관계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건 한다. 의심 보다는 흥미로움이 더 커서 특히 나에게 다가와주는 사람이라면 발 벗고 나가맞이하기도 한다. 학기 초에 친구가 전화로 "미지 새로운 사람 막 좋다고 꼬리 흔들지 말고 어떤 사람인지 일단 두 달 정도는 봐라! 아니 두 달 안되면 이주 정도는 어떤 사람인지 보고 꼬리 흔들어라! 알겠지?" 속사포 랩처럼 쏟아내는 이야기를 듣고 "왜애애애애" 하고 울부짖었던 나였다. 사람 조심하라는 친구 말에 어떤 말인지 못 알아들은 것은 아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내 마음 가는대로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자 인간이니까.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후회하기 보다는 슬펐다. 나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 바닥나고 있음을 알려주었고 이에 내가 감정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고 싶지 않은 쭈구려진 한 구석의 마음이 다가와 슬퍼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는 걸 알면서도 '내 주위 사람들은 아니겠지, 다 좋은 사람들이지' 의심 보다는 깍지 낀 눈동자가 자꾸 필터를 씌웠다. 자의가 아니지만 하나씩 벗겨지고 나니 맨 얼굴이 드러났지만 말이다.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간에 따라 생각하면 할수록 더러워졌다. 좋은게 좋은거라도 이걸 해석하는 건 모두의 몫이다. 이면에 숨겨진 마음들을 좋게만 봐서는 안되는 현실이 싫지만 그렇게 봐야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일단 나가기로 했다. 앞으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그것보다 그들이 아닌 다른 이들과의 만남에 기우가 내려앉았다. 마주한 적 없는 이들에 대한 불신이 싹텄다. 세상에 먹구름이 몰려온 듯 했다.


하나의 벽을 치거나 필터를 벗겨내 사람을 바라보는 내가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하나씩 연습도 해보려고 한다. 나를 위해서, 그들을 위해서.


그러다 결국 회복하는 건 또 사람 덕분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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