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
“그래서? 나 언제까지 하면 되는거예요? 아진짜? 아니 그건 아니지” 말을 잘 놓는다. 혼자서. 교묘하게 섞어 쓰는데 나 자체도 알고 있지만 상대방이 알아차린다는 것도 안다. 이제까지의 데이터 상으로 보통의 반응은 질문에 대답을 한다. 네가 반말을 썼네 마네 하지 않고. 말을 한 나도 얼마간의 소통 후 이전보다는 편해진 우리 사이를 표현하고, 언급하지 않지만 상대방도 편한 공기를 느끼는 듯 하다. 한 번 도 “내가 방금 반말했는데” 라는 말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야 니 왜 중간 중간 반말하냐?” 라는 말도 들어본 적 없고. 만약 기분 나빠하는 이가 있었다면 사과했겠지만 나도 사람을 모르는 건 아니라 기분 나빠할 만한 사람이라면 반말을 섞어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네 알겠습니다” 깍듯하게 말하겠지. 사람 사이라는게 조금은 서로 드나들 수 있는 틈이 있어야 편하게 살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반말을 섞어 말하는 말투가 나는 좋다. 누군가 나에게 한다면 그것도 좋고. 이게 ‘우리 약간은 편해졌죠?’ 하는 신호 같아서.
“아니 그건 반말이고” 하루는 사촌 오빠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무슨 상황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반말을 집는 오빠가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나에게도 유행어가 되어서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아이들이 “나 이거 했어” 이런 이야기를 귀엽게 던지면 나도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레 “아니 그건 반말이고” 라고 한다. 말만 보면 무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언어적 표현 모두가 이게 장난이라는 걸 뜻하고 있기에 둘 다 웃어버리며 “나 이거 했어요” 하고 정정해서 말하는 걸 듣는다. 정말 교정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그런 순간에는 다시 한 번 아이가 할 말을 반복해서 말해준다. 나에게 더이상 진지한 문장이 되지 못하는 “아니 그건 반말이고”
한 살 어린 동생 같은 경우는 친구라고 본다. 거의가 존댓말 까지는 아니더라도 언니를 붙이는데 편하게 말해도 상관이 없다. 내 생각에 한 살 차이는 언니 동생이라기 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에게 친구같은 반말 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다 내 생각이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정확하게 모르니 혹시나 장난스럽게 넘어갔는데 기분이 엄청 나빴던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글을 보고 불편한 감정이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그것보다 일단 나대로 하고 싶다는 이상한 오기도 생긴다. 혹시 지금 현재 눈이 감기고 있어서 그런건가. 아니 그럼 ~했습니다 안쓰는 이것도 뭐라 해보시지. 안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