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실 몽롱한 채로 쓰는 나, 와 세상

잘 알고 있다는 착각

by 지니샘

사람은 불완전하다는 말에 심히 공감한다. 그렇기에 완전해 지기를 열망하며 살아가겠지. 결핍에서 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것이다. 채우고 싶고 메우고 싶은 마음이 말을 하게 하고, 행동을 하게 하며 사람을 실행시킬지도 모른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나에게서 조종당하고 있을지도. 하지만 그것조차 나라니.


지금 글을 쓰고 이제 뭘 할지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나 자신을 제일 모른다.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나는 일부밖에 없다는 점도 이 말의 근거가 된다. 내 코가 어떤지,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거울이라는 도구가 없다면 자신에 대한 궁금증만 가득한 채로 살아갔을 것이다. 볼 수 없으니까. 자기 스스로에게 느끼는 호기심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타인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한다. 이쯤 되니 나에게서 너무나도 중요한 내가 나를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일깨우고 싶어 하는 욕망에 밀어댄다.


사실은 거울로 내 모습을 관찰하고 확인하고 격려하고 있음에도 나를 알고 싶어 한다. 글을 쓰고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수업을 듣는다. 모든 행위가 나를 알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혹시나 너무 잘 알게 되어도 큰일이다. 사람이란 존재는 내 눈을 내가 볼 수 없는 것처럼 나에 대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데,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다 보면 문제가 벌어진다. 타인이 보는 나를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너무 크고 내가 너무 많아서 잘 아는 나만 보이기에 타인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는 나는 너무 잘나서 "나 잘났소" 떠들고 다니다 보면 '쟤 좀 특이해', '자기만 안다니까'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른다. 나만 보이는 내 모습을 타인은 보게 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코끼리를 만지던 것과 같이 나라는 존재 자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에 갇혀 있게 되는데 이런 내 모습은 드론으로도 여실히 드러나고 타인의 눈에는 더듬거리는 사람으로만 비추어진다. 그렇게 사회라는 영역에 어우러지기보다 점점 나 자체로 고립되어 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최악의 형벌이다.


법륜스님이 유퀴즈에서 해주신 "나의 옳음에 빠지지 마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이렇다, 저렇다 글을 적으면서 "내 생각은 이렇다고!!!!" 크게 소리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소리 속에 묻히지는 않겠다. 나도 타인도 세상도 얽혀가는 이 틈에서 살아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과를 그리는 100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