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선, 09291800

나만의 시선

by 지니샘

그런 사람이 있다. 혼자 있을 때는 고개가 돌아간 듯 힘이 없어 보이다가도 사람들 틈에 들어가면 팔팔 살아나 파닥 거리는 사람. 그이도 '혼자서도 스스로 잘 사는 사람이 되자' 매일같이 다짐하곤 한다. 물론 고개가 숙여지고 힘이 없다고 해서 잘 살지 못하는 건 아니다. 큰 자극만이 사람을 살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상황 속에서 생기가 돌뿐. 그또한 나만의 시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몇 번이고 고민을 하다가 운동을 안갔다. 대신 할 것들이 줄 지어 기다리고 있다는 핑계였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은 듯 하다. 영 손에 안잡히는 거다.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하는거면 해야하는데 그래도 말을 듣지 않는 이유는 진짜 좀 하기가 싫은가 보다. 나갔다오면 확실히 에너지를 얻는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나가려고 씻고 화장을 한다. 아까부터 들춰놓은 옷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주섬주섬 입고 애써서 차선의 일들을 한다. '지금 하면 나중에 안해도 되니까' 하기 싫은 일을 교묘하게 또 피해갔다. 막바지에 다다르며 나가는데 박차를 다하고 마무리를 할쯤 연락을 받았다. '오늘 저 업무가 늦게 끝날 것 같아서 일정을 변경해야 할 것 같아요' 바로 시선을 돌려 거울을 본다. 화장하고 옷을 입은 사람이 있다. 욕도, 부정도 올라오지 않지만 눈이 힘을 잃었다. '네네 괜찮습니다' 평온함을 유지하며 눌러대는 손가락과 달리 바라보는 시선 속 실망감이 잔뜩 담겼다. 음식을 핑계로 여기저기에 확성기를 켜본다. 버튼을 누르고 '혹시 저녁 같이 드실래요' 말이 이해가 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란다. 다시 한 번 '오늘 오디야 저녁 먹었어?' 자꾸만 업데이트 되는 화면을 꿈꾸던 시선이 포기하고 다시 한 번 거울을 보았을 때 '연구실에서 먹어' 답변이 도착하고, 먹고 싶은 라면을 사러 출발한다. 보고싶은 영상을 뒤적이며 모르는 척 하지만 외로움이 눈을 떴다. 그럴 수 있는 건지 백번 이해하고 알면서 짙게도 외로워 한다. 외로움이 언제나 갈 것처럼 외롭다. 눈을 돌리더라도 외로운 자신을 보지 않는다.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라면 사러 겨우 나간 하늘이 층을 이뤄 빛난다. 처연한 시선을 주기만 하며 라면을 사 깜깜해진 하늘 속으로 다시 나온다. 한껏 배를 채우고 전화를 받고 나서야 시선이 거둔다. 다시 거울을 쳐다본다. 유일한 시선이 스스로를 바라본다. 자기만의 시선인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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