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혼자) 급박한 순간

순간

by 지니샘

아는가? 왜인지 모르게 정적이 느껴지는 공기, 희미하게나마 들어온 것 같은 한 줄기 햇살,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새소리. 번쩍, 아 이건 늦잠이다. 그래서 얼마나 잤고 알람은 왜 안 들리는데? 일어나자마자 F인 나에게 이성적인 사고를 발하게 만든다. 알람은 중지가 떠있는 상태였다. 요즘 알람 소리가 계속 줄어든 채로 울리는 것인지, 내가 아무것도 못듣고 그냥 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미스테리를 껴안고 몸을 일으켰다. 마음이 급해졌다. 하기로 했던 일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운동할 시간이라고! 일단! 시계를 확인하며 ‘어제 늦게 잤는데 잘 잤네’ 스스로를 위로했다. 덕분에 하루종일 눈과 몸이 편하겠네. 운동은 어떻게 하지? 어떡해? 다독임과 몰아침을 동시에 느끼며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 물을 끓이다 ‘어? 버스!’ 여유롭던 손과 머리, 발이 급박해 졌다. ‘이 시간대에 가는 버스가’ 10분 남짓 남은 시간, 빠르게 챙기면 나갈 수 있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고 오는게 오늘 하루를 시작하고 살아가는데 내 몸에도 좋고 정신에도 좋고 무엇보다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아, 돌아가느라 바쁜 머리를 두고 몸은 최대한 여유롭게 나갈 채비를 했다. 여유를 뿜어내는 몸이 머리를 진정 시키듯 ‘버스 놓치면 다음거 타면 되지’ 다음 플랜을 읊어댔다. 스트레칭은 다녀와서 하기로 하고! 챙길 것을 다 챙겨서 5분의 여유를 두고 집에서 나왔다. 나 아니면 말도 없고 탈도 없는 우리집의 정적인 공간과 공기를 가로지르며 문이 탁 하고 닫힘과 동시에 미소 지었다. 눈을 뜸과 동시에 혼자 이럴까 저럴까 이랬다가 저랬다가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고, 마음을 옮기고, 손으로 스치고, 발을 떼던 내가 웃겨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린 이 선택이 너무 뿌듯하고 기특하고 대견하고 웃겨서, 매일 늦잠 자지 말자 다짐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늦게 잠 들고 알람이 있지만 일어나지 못하는 내가 귀여워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 6시간 정도를 편하게 늘어져 자다 10분이라는 언덕을 종종 거리며 건너가는 나의 하루에 또 어떤 모양의 순간들이 다가올까 물음 없는 기대를 가진채,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난 지금은, 순간을 썼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 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