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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
실제로 없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없다는 언어적 표현이 없음을 말하고 있는데 굳이 보았는지를 질문한다. 그렇다면 헛된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헛되다는 주관적인 표현이 누군가에게 큰 헛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뭉갠다. 정의를 찾아보고 질문을 던져보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지만, 나는 허상 하면 왜 비움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아마 허상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득가득, 비우는 것보다 메우는 게 쉽다. 내 집 거실은 비워진 듯 보이지만 안 보이게 숨겨두었지 없애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더 심해서 집에 내려가면 물건에 둘러 싸여 있는 듯해 나는 엄마가 보지 않는 사이에 속속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기 바쁘다. 침대 아래에 옛날에 쓰던 휴대폰부터 이제껏 받은 편지들이 모두 먼지 입은 채 담겨있는 걸 보면 나 또한 엄마와 같다.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뿐. 이는 물질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하루를 일정으로 가득 채우고 또 무언가를 해서 나를 알차게 만든다. 바빠지더라도 말이다. 오히려 바쁜 게 낫다는 듯.
그런 내가 허상을 동경한다. 비워짐, 단순한 비워짐이 허상을 말하지는 않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음에 손을 뻗는 내가 잡을 필요 없음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허상 가득한 나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허상을 비우며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허상이 허상인지 알고 나를 쫓지 않고 얽매임 속에서 가벼이 살아가고 싶다. 모든 것이 나로 인해 이루어지는 내 세상을 꾸리고 싶다. 그것조차 허상일지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