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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 바람

매혹하다

by 지니샘

심란하다. 세상 편한 백성이 심란할게 뭐냐 있냐 많이들 묻겠지만, 나는 너무 너무 심란하기만 하다. 무언가에 빠지는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내가 몰두하고 있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황이나 환경의 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 의지나 마음이 작년까지는 남자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성에게 빠질 마음보다 일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달까? 공부를 하러 온 지금은 한눈이 팔린다. 니체에게 빠졌다 들뢰즈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건 내 사유와 철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 내 일상을 쏟을만큼 몰두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빠졌다 사랑한다는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 시간과 마음을 연인에게 쏟고 싶다. 이렇게 간절하게 생각하면 더 안생기고 만나기 어렵다는걸 아는데 조급해지고 너무나도 많이 바래진다. 그치만 이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 소개팅을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일상을 그저 살면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또 생기지 않는다. 계속 이렇게 살아보니 없었던걸 보면 그런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서만큼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소통하고 어울리며 짝을 만나고 싶은데 마음 같이 잘 안되는 현실에 절망한다. 최소한의 노력이라면 주의 온갖 사람들에게 “나 너무 외롭다, 남자친구!”를 외치고 있다. 다들 찾아본다고는 하는데 사실 이토록 원하는 내 마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들에게는 사실 그만큼도 중요하지 않은게 맞고! 지금 이 마음으로는 영영 누군가를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아 두렵다. 이 마음이 이 상황이 계속 가는게 아니란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다가도 언젠가는 만나지 않겠나 하는 기대와 희망도 해보는데 이 생각을 하다보면 ‘그럼 지금 당장 좀 달라!’ 고 하고 싶어진다. 정말 웃기지 않은가. 마음을 고쳐 먹는다. 니체가 말한 의지를 작동시켜 끊임없이 노력해본다. 지금 당장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갈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가본다. 심란한 마음을 그대로 안은채 말이다. 누군가 나를 좀 매혹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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