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꽂힌 책들을 보면 짠하다.
아빠의 책꽂이에는 두 가지 결의 책들이 가득하다. 한 가지는 "지금도 괜찮다."는 내용의 책들, 다른 한 가지는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들이다. 그 사람의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이 현재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가 보이는 것 같다. 나의 관심사에 맞게 읽을 책을 선정하기 마련이다. 아빠의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우두커니 보고 있는데, 아빠의 삶이 너무 짠했다.
아빠는 법조인을 100명 혹은 300명 뽑던 시절 변호사로 활동했던 사람이다. 그만큼 동네 수재라고 불릴 정도로 똑똑한 인재이다. 그 시절에는 변호사를 '선비'라고 불렀다고도 했다. 아빠는 당시 집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할아버지는 그런 아빠에게 변호사, 의사를 하라고 권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하셨던 것 같다.
그런 아빠 덕분에 내 유년시절은 유복했다. 해외여행도 해마다 갈 수 있었고, 외국인한테 영어 과외도 받았었다. 아빠는 우리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만족해하셨다. 그리고 언젠가 대학 학비를 자신이 내줬다는 사실도 굉장히 뿌듯해하셨다. 아마도 아빠가 학비가 없어서 절절매며 학창 시절을 보냈던 때를 기억하며, 자신의 자식에게는 그런 어려움을 주지 않았던 것이 좋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식인 나는 당연한 듯 모든 수혜를 받았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굉장히 예민했다. 특히 밤에 술만 먹고 나면 예민하고 과격해졌다. 그때 가족들에게 서운했던 점, 일하면서 걱정되었던 점, 온갖 걱정과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빠의 그런 음성과 행동들을 등지고 잠에 들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빠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아빠는 멈추지 않았다.
감정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하느님, 부처님은 우리를 힘들게 살라고 세상에 내려보낸 것이 아니다. 삶의 행복을 누리라고 기회를 주신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가 힘든 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좋은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좋은 일인 것으로 느껴지고, 나쁜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종일 나쁜 일만 생겨나는 것 같다.
아빠도 노력하셨던 것 같다. 본인의 예민한 감정을 "지금도 괜찮다"는 내용의 글들을 읽으며 다스리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회상해 보니 짠한 마음이 든다. 아빠 살아생전에 아빠에게 모두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점이 아쉽다. 아빠에게도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 하늘에서는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