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 쌓인 그리움으로 매일을 보냅니다.

아빠의 빈자리가 매일 느껴지는 것에 대하여

by 김정은 변호사

아빠는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빠는 임연수어 생선을 드시면서 예전에 할아버지가 생선을 좋아하셨던 말씀을 많이 하셨다. 아빠가 백내장으로 눈이 잘 안 보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선을 워낙 좋아하셨기에 매번 생선을 드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아빠는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면서도 한편으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운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어제 아이와 식사를 하면서 그런 말을 똑같이 했다. 할아버지가 명란젓을 좋아하셨다고 말이다. 그 말을 내뱉는데 아마도 아빠는 그런 감정들을 느끼며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아빠가 좋아하던 음식이 많다. 라면을 좋아하는 것도 막국수를 좋아하는 것도 아빠의 식상과 똑 닮았다. 알게 모르게 아빠의 작은 습관들이 내 몸에 배어있는 것 같다. 내가 하는 말투며, 행동, 사고방식 그리고 직업마저 닮아 있는 모습을 문뜩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자식은 부모를 많이 닮은 것 같다.


한편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 우리는 아빠의 결정만을 기다렸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 여행을 가질 말지 이런 사소한 결정들이야 식구들 각자 취향대로 하지만, 재산관리 문제, 건강 문제, 진로 문제와 같이 인생을 결정하는 큰 문제들은 모두 아빠의 몫이었다.


아빠가 젊은 시절에는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빠도 나이가 들수록 중대사를 다루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집안에 딸들만 있고 본인이 지켜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아빠가 모든 짐은 지고 가려고 했다. 그만큼 우리들은 마음이 한편 편하기도 했다.


아빠가 하늘로 떠난 후, 집안의 질서는 변했고 의사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누군가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으니 많은 안건들이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변화도 나름대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태어나 죽는 짧은 생에 그리 중대한 일이 뭐가 있을까 싶다. 해결될 일은 해결되기 마련이다. 유난히 공포스러워하거나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세상은 어쨌거나 순리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늙고 기력이 쇠한 아빠였지만 그런 아빠의 존재만으로도 엄마에게는 울타리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지켜줬던 울타리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때론 길 잃은 강아지처럼 보일 때도 있다. 강건했던 아빠였기에 그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배우자의 부재가 주는 상실감은 직접 느껴보지 않았기에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나에게 아빠의 빈자리는 나의 새로운 가족들이 채워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 완전하고 완벽한 순간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순간은 내가 만든 허상일 뿐이다. 어떤 위치에 있어야만이 완벽한 것은 없는 것이다. 그저 지금 누군가에게는 불완전해 보이는 순간이 바로 완벽한 순간일 수 있다. 아빠의 빈자리는 매일 느껴지지만 그래도 나의 삶은 충만하다고 느낀다. 따뜻한 봄 향기와 기운, 봄 햇살이 나를 충만하게 감싸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나도 내 삶을 멋지게 누리고 떠날 것이기에 지금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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