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봐왔다는 것은 그의 젊은 시절, 힘 있던 시절, 잘 나갔던 시절, 멋있었던 시절을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 순리에 따라 지금은 병들었고, 기운 없는 노인네가 되었을지 몰라도 그 역시 젊고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냄새난다며 가까이 가기 싫어하고, 힘없어 보인다고 걱정하는 이에게도 파릇파릇한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가족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이는 더욱 그런 모습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아빠는 참 키도 크고 멋있었다. 나는 매번 학교 준비물을 빼먹곤 했었는데, 그럴 때면 가끔 아빠가 학교에 찾아와서 가져다주시곤 하셨다. 그때 학교에 아빠가 와줄 때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했다. 아빠의 양복차림새가 참 멋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빠의 누구보다 찬란했던 40대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아빠와 같은 직업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도 아빠의 자신감 넘쳐 보이는 모습이 참 멋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출근하면서 아빠가 멋지게 자신의 꿈을 펼쳤던 사무실을 올려다 보았다. 나는 그의 찬란하고 멋있으며 꿈 많던 시절 모습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다시 그런 힘찬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