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요 근래 아빠의 병세가 좋지는 않다. 매일 밤 기도하며 잠들기도 한다. 모든 신들께 아빠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늘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나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며 잠에 든다. 위장이 좋지 않으신지라 식사를 거의 못하시고, 겨우 수액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이 좋지 않다.
엄마는 아빠가 식사하던 모습이 그립다는 식으로 말씀하시곤 하신다. 그런데 가만히 아빠와의 추억을 되새겨 보면, 내가 가장 그리운 모습은 아빠와 함께 여행을 갔을 때이다. 어린 시절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하고 다짐했던 때에도 내가 부모님께 하고 싶었던 효도는 내가 여행 경비를 지불하고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왜 아빠의 그 모습을 가장 그리워 하나 생각해 보면, 그때 아빠가 참 행복해 했던 것 같아서 인 것 같다.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아빠는 참 즐거워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그 모습을 또 보고 싶어서 아빠와 그렇게 여행을 가고 싶었나 보다.
한편 아빠의 알코올 중독 현상은 정말 오랜 세월 계속 됐었던 것 같다. 아빠의 젊은 시절에는 아빠가 술을 지배하며 음주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빠가 술에 지배를 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보인 지가 벌써 20년은 된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모든 가족들은 아빠가 술 담배와 같은 몸에 해로운 일을 하지 않을 것을 원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아빠가 은퇴를 선언한 이후로 중독 현상은 심해졌다.
아빠가 백내장 수술을 위해 단주를 하던 날 아빠가 울면서 그런 말을 했었다.
술을 너무 먹고 싶다고... 아빠의 뇌에서 술을 달라고 사정한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듣는데 아빠의 술 중독 증세가 더욱 깊어졌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어찌할 수 없을 때 느끼는 무력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아빠가 어서 쾌유해서 여생은 가족여행을 하면서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