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나도 나 자신이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니,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주 병원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들었을 때에는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다. 가족들 몰래 집에서 혼자 목놓아 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 목숨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신만이 우리 삶의 끝을 알고 있을 뿐이다. 병원의 진단 결과가 어떻든 그와 별개로 삶은 계속 이어지고, 우리는 매일을 또 살아내야 한다.
가족이 병에 걸렸을 때, 어떻게 하면 그 병이 치유되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만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서 병세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우울한 감정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병든 그 모습도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병들어 있지만 아직 그래도 가족이 내 눈앞에 있고, 그가 병마를 이겨내고자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집 서재에 꽂혀있던 "의사의 반란"이라는 책을 읽으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질병은 우리가 살기 위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이다. 우리의 생존에 도움을 주도록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그 시그널을 잘 수용해서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암의 경우, 암세포와 싸우려 하지 말고, 그 암세포도 몸의 일부이니 그 세포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점차 그 세포가 정상적인 세포로 변질되거나 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더욱 앞선 생각이 확고해졌다. 가족이 병들어 있다는 상황 자체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내가 이런 상황에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우울한 것 마냥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울한 감정 속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속에서도 감사한 일들은 분명히 있다. 질병이 찾아왔다는 것은 또 한 번의 삶을 변화시킬 만한 계기가 생긴 것이다. 그러니 그간 잘못된 습관은 없었는지 되짚어 보며, 내 삶을 더욱 감사와 풍요로 채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