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는 몰랐을 일을 지금은 알게 되는 순간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에는 잘 알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깨닫곤 한다. 부모님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속에서 살았기에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지 않고 살아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과거의 무지했던 나를 안타까워하거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세상 모든 일을 다 알고 도사가 되어야만이 삶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개인이 득도하여 신의 경지에 이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저 현재 나의 지식수준에서 알게 된 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 앎을 기초로 현명하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면 충분한 것이다. 과거의 무지했던 나를 책망할 필요도 없다.
가족의 죽음은 내 삶을 다시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법률스님도 가족의 죽음을 계기로 현생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족하다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가족의 부재를 슬퍼하거나 지난 과거를 후회하기만 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성숙된 사람의 태도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조금은 슬퍼하되 다른 한편으로 내 삶을 풍부하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죽음은 다가오기 마련이니, 아버지의 죽음을 특별히 우울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와 좋았던 지난 추억을 간직하며 매일을 사는 것이 내가 삶을 더 행복하게 사는 법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면 인연이 닿아 또다시 아버지를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아버지의 부재를 우울과 슬픔의 감정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