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K-장녀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갖는 것은 아니다.

by 김정은 변호사

요새 아빠의 서재에서 발견한 여러 불교 서적 중 하나를 읽고 있다. 아빠의 금강경 해석서에서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이하영 작가님의 책에서도 그렇고 이런 말이 나온다. 새해 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보다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해야 한다고 말이다. 먼저 복을 많이 지어야 복이 들어온다고 말이다. 그런 말은 가족 간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연한 것은 없다. 뭔가를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야 비로소 복이 나에게 오는 것이다.


한편 첫째라는 이유로 많은 혜택도 받지만 동생들에게 양보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전제로 따라온다. 그런 당연한 명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욕을 먹기 쉬운 위치에 있다. 그리고 가족들과 부모님을 함께 고려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에도 있다. 왠지 모르게 그런 책임감, 부채의식도 함께 있는 것이다.


때론 그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무겁고 힘들기도 하다. 맏이라고 해봤자 동생들보다 고작 2~3년 더 살았을 뿐이고 부모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욕구, 부모님을 의지하고 있는 욕구는 동생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들 맏이로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것인가. 그냥 렌덤으로 얻어걸려서 그렇게 태어난 것일 뿐인데 첫째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기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욕먹기 딱 좋은 것이 맏이이다.


더 나아가 맏이에 대한 믿음과 신뢰, 존경이 없다면 더 이상 K-장녀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싶을까?


나이가 들수록 형제지간을 떠나 각자의 가정에서 삶을 산다는 말이 실감이 된다. 같이 나이 드는 처지에 몇 살 더 먹은 것이 그리 중요할까.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효도하고 살면 그만인 것 같다. 더 이상 일률적인 형태의 가정을 고집할 필요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효도하라도 강요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유독 장녀라며 나를 애틋하게 생각하셨던 아빠가 그립다. 하늘에서도 나를 생각해 주시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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