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의 완성은 ‘끝낼 줄 아는 감각’이다

성공담을 ‘자랑’이 아닌 ‘질문’으로 바꾸는 법

by 하랑팀장

어느 날 회식이 세 시간을 훌쩍 넘겼다. 1차에서 시작된 상사의 성공담은 자리를 옮긴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도 있었고, 그냥 흘려듣기엔 아까운 전략도 섞여 있었다. 나 역시 몇 번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중에 저 방식은 한번 써봐야겠다’라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밀도와 속도였다. 이야기는 길었고 말의 템포는 느렸다. 어느 순간부터 팀원들의 집중은 서서히 느슨해졌다. 눈빛은 흐려지고, 웃음은 타이밍을 잃고,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횟수가 서서히 늘었다. 나도 상사의 입 모양과 팀원들의 표정을 번갈아 보며 인내심의 한계를 조용히 시험하고 있었다.


이런 장면은 조직 생활에서 낯설지 않다. 리더가 회식 자리에서 장황한 ‘서사’를 늘어놓는 이유는 대개 선의에서 출발한다. 후배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자신이 겪은 공식을 팀의 성과로 연결하고 싶은 열망, 그리고 술기운이 더해지며 생기는 “지금이 아니면 못 한다”는 조급함이다. 다만 좋은 뜻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리더가 ‘도움’이라고 믿는 말이 구성원에게는 독백으로 들릴 때다.


애덤 그랜트는 『Give and Take』에서 영향력은 강압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도움을 설계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더하는 것보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식의 대화도 예외가 아니다. 구성원들이 ‘듣고 소화할 힘’이 남아 있을 때 멈출 줄 아는 능력, 그 지점에서 리더의 경험담은 비로소 선물 같은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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