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탄함을 지나치고 살았던 리더의 뒤늦은 고백
변수는 늘 내가 방심한 틈으로 들어오고, 그 틈은 대개 ‘감사하지 않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며칠 전 저녁 8시 무렵,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몇몇 팀원을 뒤로하고 먼저 퇴근길에 올랐다. 동료들의 수고를 남겨둔 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미안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올라왔다. 이상하게도 그날의 퇴근길 공기는 묘하게 달콤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편과 소박한 ‘과자 파티’를 열었다. 바삭한 식감, 자극적인 달콤함, 봉지 안에서 부서지는 작은 소리. 그 평화가 꽤 그럴듯한 휴식처럼 느껴져 우리는 과자 봉지를 비워냈다. 하지만 유혹의 대가는 정직했다. 마지막 조각을 삼키자 속은 더부룩하게 부풀었고, 과자로 과식한 나 자신이 못마땅해져 기분까지 눅눅해졌다. 새벽부터 시작된 하루 탓에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나는 괜한 짜증과 후회 속에 침대로 몸을 던졌다.
그때였다. 침대 한쪽에 놓아둔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은 아직 야근 중이던 팀원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했다는 보고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과자를 먹고 속이 불편하다며 투덜대던 나의 ‘사소한 불평’은 그 짧은 메시지 한 통에 순식간에 사치스러운 투정이 되어버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과 30분 전, 남편과 마주 앉아 과자 봉지를 뜯던 시간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를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이슈가 터진 뒤에야 비로소 “아, 그때가 정말 감사한 때였구나”라는 뒤늦은 고백이 나온다. 사람은 늘 잃어버리거나 위태로워진 뒤에야 평온의 얼굴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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