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이 지난 핸드크림

자책 대신, 나를 인정하는 연습

by 하랑팀장

화장대를 정리하다가 뜯지도 않은 핸드크림 여러 개를 발견했다. 유효기간은 한 달 정도 지나 있었다. 망설이다가 뚜껑을 열어 손등에 발라보니 부드러운 발림성과 스며드는 감촉이 훌륭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나의 선입견 섞인 설명 때문인지, 아이들은 향이 별로라며 외면했다.


그래도 나는 그 크림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촉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며칠 뒤 시누이 집에서 손을 씻고 크림을 바르자, 시누이가 물었다. “무슨 향수 써?” 순간 그 핸드크림의 값어치가 달라졌다. 사실 비싼 제품이었다. 다만 내가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잊었을 뿐이다. ‘기한이 지났다’는 낙인을 지우고 나니, 그 향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나,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대상의 가치가 완전히 재편된 것이다.


의미는 대상에 붙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붙인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인간은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삶을 견딘다고 했다. 결국 같은 크림도, 같은 하루도,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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