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골프의 원칙은 같다. 잃지 않는 것이다

더 잘 치는 골프 말고, 무너지지 않는 골프를 하자

by 하랑팀장

이번 주말에 상사 세 분과 골프가 잡혀 있다. 5일 연휴가 시작될 때만 해도 나는 분명히 다짐했다. “이번 연휴엔 연습을 좀 해야지.” 그런데 명절은 늘 그렇듯 ‘해야 할 일’이 시간을 먼저 가져갔다. 전을 부치고, 명절 음식을 하고, 상을 차리고 치우고, 또 설거지를 했다. 누군가에겐 여유가 되는 긴 연휴가, 누군가에겐 그저 노동의 형태만 바뀌는 기간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쉬고 싶었다. 간만에 길게 쉰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이 풀어졌고, 그 풀어진 마음은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흘렀다. 교보문고에 들러 신간 서적을 둘러보고 독서토론회에서 읽을 책도 샀다. 해야 하는 연습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사실이 그 순간에는 꽤 건강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연습보다 휴식이 더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연휴를 보냈다.


그런데 연휴 마지막 날이 되자, 불안이 올라왔다. ‘연습을 못 했는데…’라는 문장이 머릿속에서 자꾸 반복됐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는 연습을 못 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연습도 안 하면서 걱정만 하는 내 태도였다. 걱정은 실행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계획의 가면을 쓴 채 현재의 에너지만 유예시킬 뿐이다. 나는 그런 걱정을 끌어안고 주말 라운드에 서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밤에 스크린 연습장에 다녀왔다. 연습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걱정을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걱정만 하느니 다녀오는 게 낫다’며 나를 다독였다. 못 치면 못 친 대로, 잘 치면 잘 치는 대로, 적어도 현재 실력을 ‘확인’이라도 하게 될 테니까.


투자든 골프든, 결국 원칙은 하나다. 잃지 않는 것.

18홀 스크린 결과는 85였다. 평소 스크린보다 점수가 못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숫자는 내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 뒤에 따라오는 기록들이 나를 진정시켰다.


파가 열 개였다. 보기 다섯 개, 더블 하나, 트리플 둘. 이건 ‘못 쳤다’기보다는, 대부분은 잘 치다가 몇 개 홀에서만 크게 흔들린 날이다. 스크린 라운드를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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