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의 경고는 몸에서 먼저 시작된다
TV를 보다가, 마음 한쪽이 오래 눌린 채로 남는 장면을 만났다. JTBC 이혼숙려캠프 ‘급발진 부부’ 편이었다. 집 안에 설치된 카메라가 잡아낸 표면의 갈등은 뚜렷했다. 남편은 아내의 다이어트에 과도하게 개입했고, 아내는 공감을 원했지만 남편은 공감보다는 팩트로 접근했다. 대화가 계속 삐그덕 거리니 남편은 욕설을 뱉었다. MBTI로 치면 부인은 F·P였고 남편은 T·J 였다. 하지만 더 크게 보였던 건, 성격이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화면이 깊어질수록, 갈등의 진짜 원인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두려움의 형태’라는 걸 알게 됐다. 남편이 아내의 체중을 붙잡고 놓지 못한 이유는, 아내가 당으로 여러 번 쓰러졌던 과거 때문이었다. “혹시 또 쓰러지면 어쩌지”라는 공포가 ‘통제’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더 낯설었던 건 남편의 삶의 속도였다. 책을 여러 권 쓰고, 사업체도 운영하고, 집에서는 청소와 요리, 아이 목욕까지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내의 말이 이어졌다. “남편이 잠을 거의 못 자요. 두통약을 일주일에 여러 번 먹어요.” 그 순간 상담을 맡은 이호선 교수는 남편을 바라보며 “지금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당신”이라고 단정했고, 상담 내내 얼굴 한쪽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병원에 가야 한다고 권했다. 자신의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살아왔다는 게 더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편은, 그동안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머리 뒷부분의 큰 상처. 중학교 3년 동안 아이들이 그 부위를 만지며 조롱했고, 그는 울분을 토하지 못한 채 ‘그냥 참는 법’만 배웠다고 했다.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일은, 그 시절 자신을 살려낸 ‘접어둔 기능’이었을지도 모른다. 공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공감을 꺼내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 그 고백 앞에서 나는 이상하게 ‘욕설’보다 ‘침묵’이 더 무섭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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