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을 다녔는데, 아직도 배운다

회복력으로 버티고 자기연민으로 오래 가는 법

by 하랑팀장

나는 올해 스물여덟 살이다. 주민등록증의 숫자가 아니라, 조직 안에서 살아낸 나이로.

입사한 지 만 28년이 지났다. 신체 나이는 그보다 훨씬 많지만, 회사라는 생태계에서 보낸 시간만 놓고 보면 나는 어엿한 28세의 청년이다. 스타트업이 5년을 버티기 힘들다는데, 나는 28년을 버텼다. “버텼다”라는 말이 너무 건조하다면, 더 정확한 표현은 “통과했다”일 것이다. 고비가 없었던 게 아니라, 고비를 지나왔기 때문에 오늘이 있다.


하루 1시간 1분은 길다. 숨이 막힐 만큼 길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 28년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심리학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감각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시간의 가속감’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반복되는 일상이 늘어날수록 뇌는 새로움의 표식을 덜 남기고, 기억의 이정표가 줄어든다. 그래서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벌써?”라는 말이 늘어나는 건,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내 삶이 어느새 ‘루틴의 고속도로’에 올라탔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입사하고 7~8년쯤 지나 결혼을 했다. 그러니 결혼생활 21년보다 조직 나이가 더 많다. 회사가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내는 사람’이 된다. 그 과정에서 자주 오해하는 게 하나 있다. 오래 일한 사람은 강철 멘탈일 거라는 오해. 하지만 긴 경력은 단단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회복력(resilience)과 자기조절(self-regulation), 그리고 때때로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의 기술로 만들어진다. 조직생활은 실력의 싸움이면서, 감정의 균형을 잃지 않는 싸움이기도 하니까.


법으로 정한 정년 만 60세까지 약 10여 년이 남았다. 숫자로는 10년이지만, 마음으로는 “이제 시작”과 “이제 마무리”가 겹치는 시기다. 나는 이 시기를 ‘마지막 스퍼트’라고 부르기보다 ‘재구성의 구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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