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5년 차, 왜 여전히 허둥댈까

퇴근 후에야 드러나는 리더의 피로

by 하랑팀장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었다.

정확히는, 몸만 사무실에 있었고 마음은 하루 종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소진되어 갔다. 팀원들은 몹시 바빴고, 나 역시 직접 붙들어야 할 일이 많아졌다. 면담했고, 회의했고, 타 부서 팀장과는 말의 온도까지 조심해야 하는 예민한 주제로 통화했다. 하나를 마치면 곧바로 다음 일이 들어왔다.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고, 누군가의 감정을 받아내고, 누군가의 입장과 조직의 현실 사이를 조율하는 일. 그런 날의 피로는 ‘많이 일했다’는 한마디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팀장 5년 차가 되었는데도 왜 아직 이렇게 허둥대는 걸까.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나아질 줄 알았다. 몇 년쯤 지나면 사람을 보는 눈도 생기고, 보고와 회의에도 요령이 붙고, 예민한 상황에서도 조금은 능숙해질 줄 알았다. 물론 익숙해진 부분도 있다. 예전 같으면 오래 흔들렸을 일 앞에서도 겉으로는 제법 침착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리더의 숙련도는 일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해야 할 ‘모호함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었다. 예전엔 내 앞가림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팀원들의 보이지 않는 균열과 타 부서와의 복잡한 이해관계까지 내 감각의 레이더에 잡힌다. 허둥대는 것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뤄야 할 정보의 입자가 그만큼 미세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날도 거의 뛰쳐나오듯 사무실을 나왔다.

퇴근이라기보다 탈출에 가까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었다. 방금 나눈 대화의 어조, 회의에서 놓친 말은 없었는지, 타 부서와의 통화에서 내 표현이 너무 강하지는 않았는지, 팀원 한 명의 표정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사무실 문을 나왔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몸보다 생각이 늘 늦게 퇴근했다.


지하철역에서 내렸을 때, 온몸에서 힘이 쑥 빠졌다. 집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걸어도 될 거리였다. 그런데 그날은 그 짧은 거리마저 멀게 느껴졌다. 카카오택시라도 불러서 집에 가야 하나 싶어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때마침 A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길거리에서 10분쯤 통화를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하랑팀장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대기업 팀장 5년차, 겁 없이 빠른 실행력,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여팀장의 리더십,

60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0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엄마, 전화 꼭 받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