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고민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종종 어색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입을 연다.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상대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어진다. 가만히 들어주는 것보다 한마디 보태는 쪽이 더 쉬울 때도 많다. 나도 그랬다. 상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럴 땐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는 문장이 목끝까지 차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사람을 가장 깊이 위로하는 것은 정확한 해답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끝까지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자리라는 것을.
시간이 흐르고 여러 관계를 지나오며 나는 조금씩 배웠다. 세상에는 잘 말하는 능력보다 더 드물고 더 어려운 능력이 있다. 바로 끝까지 들어주는 힘이다.
우리는 왜 듣는 일을 이렇게 어려워할까.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달콤하다. 내 경험을 꺼내고, 내 판단을 보태고, 내 방식으로 상황을 정리해주는 일은 묘한 만족감을 준다. 반면 듣는 일은 다르다. 내 생각을 잠시 뒤로 물리고, 상대의 속도로 따라가야 한다. 판단을 늦춰야 하고, 결론을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말하기에는 순발력이 필요하지만, 듣기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종종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에픽테토스의 말로 널리 알려진 문장이 있다.
“우리에게 두 개의 귀와 하나의 입이 있는 이유는 말하는 것보다 두 배 더 많이 듣기 위해서다.”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오래 남는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라서 못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사랑하는 친구나 가족이 힘든 이야기를 꺼낼 때 더 그렇다. 우리는 걱정이 앞선 나머지, 경청자보다 해결사가 되려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상대가 정말 원했던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내 마음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사람’이었을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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