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버티는 힘은 작고 현실적인 것에서 온다
일요일 오후만 되면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주말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이 다가오면 이유 없이 피곤하고,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대기업에서 27년을 일했지만 월요일은 여전히 버거운 날이다. 오래 회사에 몸담았던 사람들도 월요일 앞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심리학 연구는 월요병을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신체적·심리적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부담’으로 본다.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 연구팀은 월요일 아침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가 주말보다 평균 30% 이상 높아진다고 밝혔다.
몸은 여전히 ‘휴식 모드’인데 환경은 갑자기 ‘업무 모드’를 요구하니 그 전환에서 불편함이 생기는 건 당연한 반응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는 이 현상을 전환 비용(transition cost)이라고 설명한다. 주말 동안 느슨해졌던 생활 리듬은 다시 복잡한 역할과 빠른 속도에 적응해야 한다. 월요일은 누가 특별히 부족해서 힘든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날이다.
팀장의 월요일은 이보다도 더 무겁다.
주간 계획을 세우고, 지표를 확인하고, 팀 회의를 준비하고, 임원 보고까지 챙겨야 한다.
조직의 리듬을 다시 세팅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서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 참 이상한 점도 있다.
출근 전까지는 온갖 걱정과 불안이 복잡하게 얽히지만 회사에 도착해 일을 시작하면
어느 순간 또 그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나를 발견한다.
마음은 힘들어해도, 몸과 뇌는 다시 ‘업무 모드’에 맞춰 스스로 조정하고 있다.
이것을 나는 직장인의 ‘직업적 회복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렇다고 월요일이 갑자기 쉬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월요병을 줄이기 위한 연구들은 여러 방법을 제시하지만, 이 방법들이 월요병을 완전히 해결해 준다고 믿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 덜 흔들리게 도와주는 보조 장치 정도로 받아들인다.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 월요일의 날카로움을 약간 둥글게 만드는 참고 정도라고 해야 정확하다.
예를 들어 스탠퍼드 행동과학자 비제이 포그(BJ Fogg)는 작은 시작(Small Start)이 행동의 지속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월요일 아침에 큰 회의나 중요한 결정을 일부러 배치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팀원들과 가벼운 체크인, 이번 주 방향 공유 정도로 시작해 본다. 이 작은 조정이 월요일의 무게를 완전히 없애진 못하지만, 확실히 진입 장벽을 낮춰 주는 건 분명하다.
일요일 밤의 간단한 정리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코펜하겐대학교(University of Copenhagen) 연구에서는 일요일 밤 15~20분 정도만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적어두면 월요일 스트레스가 20% 이상 감소한다고 밝혔다.
나도 가능하면 일요일 저녁에 월요일 반드시 처리할 업무 세 가지를 가볍게 정리해 둔다.
그 정도만 해도 다음 날 아침의 혼란이 조금 줄어드는 느낌이다.
월요일 아침 루틴을 ‘업무 중심’이 아니라 ‘자기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도 유효하다.
하버드 의대(Harvard Medical School) 연구진은 자기 돌봄(Self-care) 루틴이 스트레스를 완충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월요일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고, 뉴스 헤드라인 세 개만 읽고, 오늘의 핵심 업무 세 가지를 다시 정리하는 정도로 시작한다.
많이 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이 커지니 ‘적당한 시작’이 더 낫다는 걸 여러 경험에서 깨달았다.
월요일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에는 기대치도 있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월요일이 생산성의 정점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월요일을 힘들어하는 건 ‘새로운 한 주는 완벽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은 전력 질주를 하는 날이 아니라 천천히 엔진을 다시 켜는 날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러나 월요일을 덜 힘들게 만드는 진짜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온다.
팀원이 건네는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이라는 인사,
복도에서 마주친 동료의 짧은 미소,
커피 머신 앞에서 나누는 소소한 대화.
이 작은 연결감이 월요일의 긴장을 확실히 풀어준다.
일상의 작은 관계가 삶의 회복탄력성을 높인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월요일의 피로를 덜어주는 건 결국 성과보다 사람의 온도다.
우리는 모두 월요일 앞에서 조금씩 느려진다. 그러나 그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건강한 반응이다.
월요일은 완벽한 날이 아니다. 월요일은 그냥 버티는 날이다.
그리고 버티는 힘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짧은 루틴, 간단한 준비, 작은 관계에서 온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천천히 시작해도 괜찮다.
월요일은 원래 워밍업 하는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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