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오늘이 축복이다
평범한 일상은 대단한 감정 없이 스쳐 지나간다. 출근 준비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가끔 계단을 오르고, 팀원들과 회의를 나누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문득문득 깨닫게 된다. 이 ‘평범함’이라는 상태가 사실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나는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음식을 씹고 삼킬 수 있고, 스스로 몸을 움직여 하루를 살아낸다. 그러나 친정아버지는 수년째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신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음식을 삼키지 못해 호스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다. 아버지 면회를 갈 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평범한 생활이 은혜임을 깨우친다.
평범함을 잊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헤도닉 어댑테이션(hedonic adaptation)’, 즉 적응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은 좋은 상태에도, 나쁜 상태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존재다. 걷는 것이 당연해지고, 씹는 것이 당연해지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조차 감각에서 지워진다.
심리학자이자 <How to be happy>의 저자인 소냐 류보머스키(Sonya Lyubomirsky)는
“인간은 가진 것의 가치에 너무 빨리 익숙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적 같던 상태를 금세 일상으로 둔갑시켜 버린다. 나 역시,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곤 한다.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보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출근길만 바빠지면, 자녀와 공부로 실랑이 할 때면, 회사에서 KPI 달성이 간당간당하면, 그 사실을 금세 잊는다. 나는 걷고 있고, 먹고 있고, 일하고 있고,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특별한 상태’인데 말이다.
평온함이야말로 가장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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